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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Jan 18. 2018

10개월 아이처럼 기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아빠라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안전을 점검해보세요

[연재] 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고대시대 아빠들은 사냥, 수렵, 채집 등의 기술을 자녀들에게 전수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수하고 있을까요? 학교에서 1등 하는 법? 아니면 돈 많이 버는 방법?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안전이 아닐까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늘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들을 만납니다. 아이들의 세상을 지켜주는 아빠가 되기 위한 워밍업! 함께 하시죠.


안전, 아동의 눈높이로 봐주세요.


보통 육아서적에서는 '안전'을 잘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있다 해도 페이지를 크게 차지하지 않죠. 아이들의 안전은 생존과 직결되기에 무엇보다 잘 알아합니다. 아동안전사고는 가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며칠 전 손님이 집을 방문하면서 천연비누를 선물로 주고 갔습니다. 이걸 잘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10개월 된 둘째는 어떻게 찾았는지 꺼내 한 입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입에 거품이 나고, 침을 흘리며 기침하는 녀석을 발견하고는 소아응급실로 달려간 일이 있었죠. 나름 방을 꼼꼼하게 정리한다고 했는데 부주의했습니다. 그래서 10개월 된 둘째의 관점으로 집을 기어 다녀봤습니다. 소파 밑에 온갖 위험요소가 우글대고 있었습니다.

낮은 포복으로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고, 위험요소를 찾아내는 아빠 ⓒ사진/문선종


전문가들은 그냥 누워만 있는 아기에게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베개나 수건이 우연히 아기의 코에 있는 경우 질식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허리와 다리에 힘이 생기는 10개월 이후부터는 넘어지고, 굴러 떨어지고, 이물질 삼키기, 화상 등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연령별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도 꼭 체크해야 합니다. 집안 구석구석 기어 다녀보니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만약 아이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만들었다면 안전사고가 일어날까? 인체공학적이라는 말보다는 아동 친화적인 세상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안전불감증, 아동들에게 치명타

지금 생각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그림/문선종


안전 불감증이란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고백하건대 저는 안전불감증 아빠였습니다. 2년 전의 일입니다. 잠잘 때 머리맡에 늘 놓아두는 보온물병을 소독한답시고 뜨거운 물을 담아 싱크대 위에 놓고,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사단이 났습니다. 녀석은 물병을 가지고 가려다 우측 어깨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이죠. 울면서 자지러지는 아이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달려가 화상 부위에 차가운 물을 흘려보냈고,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이동해 처치를 받은 후 다음 날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밀려오는 죄책감, 못난 아빠라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죄인이다.'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습니다. 아이에게 못해준 마음들이 표면 위로 떠오르면서 반성과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같은 병실에는 더 심한 아동들이 있어 오히려 그 부모님들께 위로를 받았습니다. 뜨거운 해장국을 옮기다 아이의 머리에 쏟아 얼굴과 목에 심한 화상을 입은 아이, 다 된 밥을 푸다가 진밥이 아이의 얼굴에 흘러내려 화상을 입은 아이. 고데기가 발목에 떨어져 심한 피부 손상을 입은 아이까지... 정말 많은 사연들을 만났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또다시 일어난다." 아이들에 대한 안전사고는 한 번이라도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저와 같이 한 번이라도 사고가 일어났다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빈틈없는 안전점검과 안전훈육!!

아동의 성장과 발달과정을 잘 이해한다면 사전에 사고의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신생아의 경우 질식의 원인이 되는 요인은 없는지? 뒤집기를 할 경우 낙상의 위험은 없는지? 콘센트, 모서리, 식탁보, 베란다, 욕조, 가스레인지 등 아동의 활동 반경에 어떤 위험 요소들이 있는지? 빈틈없이 안전점검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위험요소에 접근할 경우 단호하게 "안돼!!"를 외치며 반복하여 주의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황별 응급조치 등을 숙지하면 지혜롭게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위험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우리 아빠들! 아이들의 멋진 히어로입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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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문선종(moonsj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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