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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Jan 15. 2018

6분의 벽을 넘어서


부끄러운 시간 6분


6분이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혹은 책을 6페이지 정도 읽거나 빨래를 갤 수 있는 시간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보다 더 적은 시간을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다. 지난 2015년 OECD 국가 34개국 중 우리나라 아빠들의 하루 평균 놀이 시간은 단 “6분” 꼴등을 기록했다고 한다. OECD 국가 평균 47분에 비해 41분이나 부족한 시간이다. 이 비극적인 기록을 그렇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지만 ‘놀이’가 아이들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 순간 무조건 놀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이면 시작되는 아이들의 직업

새벽 6시! 볼기를 강타하는 무서운 알람이 아빠를 깨운다. ⓒ그림/문선종


언제부터인가 알람보다 빠른 시간에 나를 깨우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다. 바로 39개월 딸아이다. 자고 있는 나의 두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가 하면 어둠 속에 아빠의 눈을 더듬어 뜨게 만든다. 그리고 하는 첫마디는 “아빠! 놀~자~”라는 말이다. 얼마나 귀찮은지 좀 더 자자고 사정해보지만 터지는 울음소리에 끝내 놀이방으로 달려간다. 퇴근 후에도 바짓가랑이를 잡고 “빨리 놀자.”며 늘어진다. 돌이켜보면 이런 순간들을 늘 피곤하다는 이유로 피했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일까? 마치 아이들의 직업처럼 느껴진다.


놀이에 대한 새로운 가치


아이들이 끈으로 그네를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문선종


놀이를 연구하게 된 것은 올해 3월부터이다. 마을 아이들 중 몇몇이 택시를 타고 옆 마을로 가서 그네를 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아이들은 철봉에 끈을 묶어 그네를 만들어 놀기도 했다. 아이들은 왜 그네를 갈망하는 것일까? 놀이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중요한지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깨달은 것은 ‘놀이’는 아이들에게 밥이자 공기이며 분명히 누려야 할 권리였다. 아이들은 놀 면서 세상을 탐구하고, 실패와 위기를 극복하고, 상호 간의 갈등을 조정하며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그네를 통해 높은 곳에 오르면서 자신이 우월하다는 느낌과 공포와 위기 속에서 자신이 그것을 극복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충족시킨다. 서율이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스스로에게는 ‘놀이’였던 것이다. 간혹 아이들 사이에서 목격되는 공기놀이는 고구려 수산리 벽화고분에서도 나타나듯이 인간의 유전자에 녹아 있는 것이었다. 놀이를 가로막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막는다고 할 수 있다. 놀이에 대한 각성과 함께 딸아이의 간절한 ‘놀이 욕구’를 외면했던 못난 아빠임을 반성하게 됐다.


진짜 놀이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돌멩이 몇 개로 규칙을 정해 즐거울 수 있는 것이다. ⓒ문선종


‘놀이’에 대한 부끄러운 현실


난장판이 될 정도로 놀아보자 ⓒ문선종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아동의 행복도가 꼴찌다. 무려 7년간 아이들이 불행한 나라로 기록되고 있다. 2011년 UN 아동 권리위원회에서는 사교육이 아동의 행복도를 낮추고 있다며 사교육을 줄이라고 권고했지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보다 학원수가 곱절은 더 많은 현실에 무색해진다. 아이들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놀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 3명 중 2명이 하루 평균 30분도 놀지 못하고 있단다. 그리고 아빠들이 자녀들과 놀아주는 시간은 하루 고작 6분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아빠들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위해 6분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힘 "놀이"



잘 노는 아이가 성공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은 확실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과 우리나라 몇몇 기업에서는 ‘놀이 면접’을 볼 정도로 "놀이"를 인재의 조건으로 삼고 있다. ‘놀이’를 통해서 그 사람의 협동 기술, 사회성, 대인관계, 리더십 등 서류와 면접을 통해 볼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놀이하는 모습만 봐도 부모가 어떻게 아이에게 세상과 타인과 자신을 조정해나가는 본능을 깨웠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오늘도 집에서는 서율이의 행복을 위해 6분의 벽을 넘고 있으며 마을에서는 UN아동권리협약 제31조 아동의 놀 권리를 아이들과 함께 주장하며 최근 교장선생님을 통해 그네를 설치해줄 것을 약속받았다. 놀이는 태초부터 내려져온 인간의 본능이다. 사자가 먹잇감을 몰아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물고, 할퀴고, 노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기 전에 사회성과 같이 삶에 필요한 요소들을 놀이를 통해 본능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절대 책 속에서 배울 수 없다. 그리고 놀이는 아빠 고유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외동아들인 탓일까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딸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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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문선종(moonsj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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