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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Feb 10. 2017

[아빠정명학]아빠육아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To have or To be? 


조르거나 보챈다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

 

최근 서율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했을 때 그리고 의도하는 것이 제지되었을 때 울거나 보챈다. 아기들의 이러한 경향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처음에는 아이들의 성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율이가 태어나면서 갖고 온 생물학적 경향성으로 여겼다. 그리고 주변에서 “고집이 보통이 넘네.” 철학관에서도 이름을 지으면서 “고집이 장난이 아닐 겁니다.” 아버지는 관상을 봐주시면서 “고집도 있고, 욕심도 많은 상이네.”라고 그 놈의 고집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가 서율이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 그렇게 믿었다.

마트에 갈 때 마다 장난감 코너에 가면 정말 혼이 쏙 빠질 정도다. 그래서 그 코너를 피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겪어야 하는 아이와의 전쟁(?)이기에 그 험난한 파도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혔다.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주지 않으면 자지러 졌다. 카트에서 내려와 장난감 코너를 활보했고, 장난감 박스를 들고 다니다 다른 관심거리가 생기자 내팽개치고 인형을 집어 들었다. 옆에서 “서율아 이건 너의 것에 아니야. 눈으로만 보도록 하자.”라고 빼앗으려 들면 아애 뒤로 나자빠진다. 이런 사태를 겪고 있으니 ‘우리 아이만 그런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겠지만 이 상황은 아이와 나의 상황이니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이야기 한다. 사전에 공부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방법을 총 동원하고, 침착하게 생각해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을 말이다. 아이를 타이르는 행동과 ‘안 돼’라는 이야기가 오히려 아이를 자극하기에 나는 그 자리를 빠져나오면서 한 마디를 남겼다. “서율이가 이러면 아빠는 갈래. 서율이가 진정되면 다시 올 거야.” 숨어서 녀석을 지켜보았는데 울음을 그치며 다른 장난감으로 뛰어 갔다. 이렇게 큰 마트에서 사람이 많을 때는 별 효과가 없다. 집에서는 효과가 만점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더 두드러지게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서율이의 성향이 생물학적 경향성으로 태어나면서 득한 고집스럽고, 욕심만은 성향이라 해도 생득적 경향성, 즉 살면서 득한 삶의 경향성이 서율이를 바꿀 순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우리가 서율이를 키우면서 한 가지 실수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지만 정해진 시간에만 수유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아기가 배가 고플 때마다 줘야할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프랑스 아이처럼의 저자도 나와 같이 먹고 싶을 때 양껏 먹였다. 일어나서 자기 전에도 배고프다고 생각될 때 서율이의 입에는 젓 병이 달려 있었다. "이는 아이에게 차키를 넘겨 준 것과 같다고 한다."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는 아이가 절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생득적 경향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프랑스 아이들은 동일한 시간에 먹는다고 하는데 통상 오전 8시, 정오, 오후 4시, 오후 8시다. 심지어 프랑스에선 ‘먹이기(feeds)’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수유가 아닌 식사라고 한다. 즉, 프랑스 아기들은 생후 4개월 무렵부터 평생 맞춰 살아갈 식사 일정을 따르는 것이다. 여기서 아기들은 생득적 경향성을 가진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우러터 미셸 박사의 마시멜로 실험을 보자. 네다섯 살 아이를 탁자 위에 마시멜로가 놓은 방으로 데리고 가서 ‘잠깐 자리를 비울 것이며 돌아 올 때 까지 마사멜로를 먹지 않으면 하나 더 주겠다,’고 한다. 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 실험에 참가한 653명의 아이들 중 참아낸 아니는 1/3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실험의 백미는 역추적이다. 즉각적 만족지연능력이 있는 아이들은 집중과 추론능력이 우수했고, 스트레스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며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서 수유시간이 정해져있고, 절제를 통해 그것을 극복할 기회를 부여 받은 아이들의 경우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얻지 못해도 신기할 만큼 침착하다고 한다. 책의 저자는 공공장소에서 어른들과 함께 식사하고, 차분한 아이들을 보면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식당마다 놀이방이 있다. 우리나라 육아 방식이 우수한 면도 있겠지만 이 절제 면에서는 열등감이 느껴진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주는 것이 보통 우리나라의 방식이라면 프랑스식은 아이들이 절제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안 돼' '기다려'라는 말을 즐겨한다.

 

아이를 망치고 싶다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어라.”

 

프랑스 엄마들은 엄격하고 날카로운 어조로 “아탕(기다려)!”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사실 아이들이 스스로를 통제 할 줄 알면 부모로부터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착하게 굴어.” 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사쥬. Sage, 현명해라.”고 말한다. 이는 올바른 판단력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존중하라는 뜻이다. 기다릴 줄 아는 아이가 있으면 가족의 삶도 즐거워진다. 아이 스스로 절제하면 부부의 시간도 많아지고 자연적으로 아이에게도 좋다. 여기서 나타나는 철학은 길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상황에서 얌전히 있고, 사람들 앞에서 착하게 굴어야 한다고 길들인다. 마시멜로 실험과 같은 맥락으로 보았을 때 스스로를 절제한다면 마시멜로 하나를 더 얻을 수 있으니 이는 현명한 판단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 스스로 절제함으로써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마시멜로를 참는 동안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잘 참는 아이들의 특징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러한 스스로의 방법을 갖게 된다. 이래서 잘 참는 아이들이 추론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아이들은 기다릴 수 있는 존재이며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아이가 울 때도 5분을 기다렸다가 안아준다.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노는 아이를 만들다. 아기가 혼자 놀 때는 그냥 가만히 놔둔다. 프랑스에서 말하는 최악의 장면은 아이가 혼자 노느라 분주한데 밥을 먹인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다. 즉각적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자녀란 곧 삶의 재앙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카드르(Cadre)’라고 한다.이는 매우 단호한 제한이 존재하고 부모가 그걸 엄격하게 강제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말로 ‘틀’ 이나 ‘원칙’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프랑스 부모들은 주저하지 않고 ‘농(non. 안돼)’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쓴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좌절을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건강한 아이라면 울며 떼를 쓰지 않고 ‘안 돼’라는 한 마디에 무너지지 않으며, 조르거나 원하더라도 그걸 바로 움켜쥘 수 없다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의 울며 떼쓰기를 카프리스(caprices, 충동적변덕)로 본다. 아기가 충동적 변동을 부리면 다정하게 모든 걸 즉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우리나라 애착육아에 광적인 부모들이라면 아이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좌절감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해롭다. 우리나라에서 중요시하는 IQ(지능지수) 만큼 RQ(Resilience Quotient/회복탄력성)도 중요하다. 적절한 좌절감은 RQ를 높인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OECD 1위 이고, 행복감은 꼴찌이다. 바닥에 떨어지면 바닥을 치고 높이 튀어 오르는 능력이 회복탄력성이다. 바닥에 떨어졌을 때 바닥에 붙어버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것은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기를 존중한다고? 아기도 독립적인 존재이다. 아기를 독립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인생을 간섭해서 행복감을 떨어뜨린다. 아이들에게도 인내심이 있다고 믿는 것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 아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음으로써 좌절감을 주는 것이 시작되어야 한다. 세상에는 내 요구보다 더 강력한 요구를 지닌 타인이 존재.

 

부모가 아이에게 미움을 받기 싫어서 좌절을 안겨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탐욕과 요구에 무조건 관대해지는 독재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파리 가족심리학자 캐롤린 톰슨은 이야기한다. 부모가 탐욕과 독재를 막아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 스스로 막을 수 있겠느냐는 논리이다. 아이의 절제된 생득적 경향성을 위해서는 생후 4개월부터 비슷한 시간대에 먹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아기의 리듬보다 중요한 가족과 부모의 리듬도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한다. <당신의 아이> 책에서는 부모와 아이 각자 권리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결정은 타협인 셈이라고 이야기 한다.

 

아빠정명학 3번째 시간을 통해 무릇 아빠란

아이가 스스로 절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명심해야한다.

아이들은 우리의 부속물이거나 우리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아이는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또한, 자유란 절제 속에 피어나야 아름답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외동아들인 탓일까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딸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Copyrights  Moon's Factory  
칼럼니스트 문선종(moonsj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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