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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Feb 10. 2017

[아빠정명학] 진정한 아빠가 되기 위한 여정의 시작

육아 관련 서적을 뒤적이던 중 이 글귀를 보자 대학시절 내 인생을 바꾼 질문이 뇌리를 스쳤다. "자네는 To have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To be의 삶을 살아가는가?" 아이를 가지려고 아빠가 된 것인지? 정말 아빠가 되기 위해 아이를 키우는 것인지. 이는 일생일대의 문제였다. 사실 속도위반으로 급하게 아빠가 되다 보니 진짜 아빠다운 아빠가 무엇인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반성하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육아 관련 양서를 수불 석권하면서 To be의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반문을 했다. 나는 진정한 아빠일까? 아빠다운 아빠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을 찾기 시작했다. 일이 안 풀릴 때 펼쳐보는 고전. 그 속에서 답을 찾았다.  




子路曰(자로왈) “衛君待子而為政(위군대자이위정)子將奚先(자장해선)?” 

子曰 必也正名乎(필야정명호). -논어 제13편  

 

자로가 공자에게 정치를 하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반드시 정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름을 바로 세운다는 것이다. 이름을 바로 세워야 뜻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빠 다움이 무엇인지 정명(正名)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빠를 정명하는 일발로 하자. 

 


몇 달 전 혜민스님은 한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놀아주라는 말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워보지도 않은 이의 말이었기에 부모들의 분노는 더 했다. 코너에 몰린 스님은 사과문까지 내놓았지만 나는 스님의 손을 살짝 들어주고 싶다. 일과 집안일, 육아에 지친 부모들은 "그게 말이 돼?"냐고 화내는 것도 이해하지만 스님의 말에 화를 내는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들 육아가 정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이다. 그냥 사는 데로 살겠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부모들의 육아는 연약하다. 부모 다움을 찾는다면 스님의 말도 한 방법으로 수용하는 것도 좋다.  

 

나는 사회복지사다.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다. 수많은 육아 이론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담고 손끝으로 실현해 내는 자신이다. 최고의 육아 이론이 있어도 그것을 실현해내는 부모가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그런 면에서 내 육아 철학은 니체가 말한"발로 세상을 경험하라."와 상통한다. 머리로 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발로 키우는 것이다. 직장동료들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대부분 이런 방법이 좋다더라와 같이 머리와 귀로 생각하고 들은 것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발로 아이를 경험한 놀라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설령 맞벌이로 하루하루 힘들어도 그렇게 키워내야 한다. 니체가 말했듯 발로 세상을 경험하면 인생은 더욱 고통스러워지고, 꼬인다. 석가는 "생은 고(苦 )다."라고 한 것처럼 새벽에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엄청난 고난이지만 부모가 발로 키우며 사유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아빠정명학진정한 아빠가 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다.

18개월 된 딸아이 서율이. 자의식이 깨어나 아빠의 인내심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선종


오래전 “강아지는 놀아줘서 좋고, 냉장고는 먹을 것을 줘서 좋은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한 초등학생의 자작시가 많은 아빠들의 가슴을 후벼 판 일이 있었다. 아빠라는 존재를 건드리는 강력한 시로 신종 아빠들을 출현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싶다. 부족하지만 미디어, 교과서, 책 등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아빠의 역할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빠는 왜 존재하는가? 아빠다운 아빠, 진정한 아빠란 무엇인가? 지금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육아하는 남자, 신종 아빠의 출현. 과도기를 겪고 있는 아빠들의 목마름을 시원하게 날려줄 바이블은 없다. 그래서 신종 아빠들은 아이를 발로 키워낸 글을 써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유는 함께 공유해나가야 한다. 아빠 정명학도 그 여정에 작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그 여정을 시작하겠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입사.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외동아들인 탓일까?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딸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칼럼니스트 문선종 moonsj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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