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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Nov 11. 2019

아빠는 오늘부터 포크를 쓰기로 결심했다

집단주의를 깨트리는 통찰력을 가진 아이로 키우기

우리 4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면 소외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가장 나이가 어린 31개월 둘째다. 눈치 빠르고, 총명한 녀석은 언젠가부터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가 젓가락을 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포크를 주면 던져버리고, 언니가 쓰다 졸업한 교정용 뽀로로 젓가락도 성에 차지 않는지 오직 엄마와 아빠가 쓰는 젓가락을 요구한다. 고집에 못 이겨 준 젓가락과 씨름하는 녀석이 귀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빠의 신기한 젓가락 놀림을 따라 하다 보니 음식물은 사방팔방으로 튀고, 젓가락은 이리저리 날아다녀 저녁 식탁의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둘째의 젓가락질은 나에게 ‘집단주의’의 복선으로 다가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집단 속의 나와 타인을 스스로 비교하는 것이다. 이런 집단이 중심이 되는 사회는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중심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서구권 문화에서 Last name을 우리는 First name으로 쓴다. 우리는 ‘나’보다는 ‘가문’을 중시하기에 성씨가 First Name이다. 예로부터 혈연, 지연, 학연이 있으면 사회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집단을 중요시하는 문화는 우리의 DNA에 뿌리 깊게 각인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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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율이도 요즘 어린이집에서 고민이 많다. 자신을 제외하고, 친구들이 댄스학원을 다니면서 고민에 빠졌다. 급기야 집에서 요즘 인기 있는 댄스를 같이 추자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끼리 춤을 출 때 혼자서 가만히 서있는 것이 곤욕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무리들은 서율이에게 다가와 “너 구구단 할 줄 알아? 못하지?”라며 아이의 속을 더 긁어놓았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친구들이라 선행학습을 한 것이다. 사교육이 우월감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면서 서율이의 가슴에 화살로 날아올지 누가 알았겠는가? 어린 친구들의 문화 속에서도 집단의 기운이 느껴진다. 같은 어린이집 친구들이지만 그중에서도 같은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라 이건가?     


이처럼 집단 속에서 개인의 매몰을 종종 경험한다.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집단주의 사회의 구성원보다 행복도가 높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집단 속에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묵살되기 때문이다. 최근 혼영, 혼술, 혼밥과 같은 문화를 ‘외로움’으로 마케팅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집단에 탈피해 행복을 찾는 개인주의 담론을 ‘외로움’이라는 감성팔이로 전락시키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개인주의는 집단 속에 염증을 느껴 흐려져 가는 자아를 찾기 위한 집단의 폭력을 깨는 하나의 발걸음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개인주의가 꽃피우는 것은 바로 다양성의 생태계다. 지금은 집단에서 개인을 넘어 다양성의 시대로 가고 있다. 학교 수업시간에 늘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유행어가 있다. "지방방송 꺼"라는 멘트다. 지금은 중앙방송 시대에서 지방방송시대로 가고 있다. 다양성이 폭발하는 사회 속에 놓인 것이다. 옛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모난 돌이 정 깨뜨리는 세상이다. 4차 산업혁명의 크리에이터들은 이런 집단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그 다양성의 DNA가 아이러니하게도 집단주의 속에서 단련되고 있다. 그래서 툭하면 “너 관종이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개인주의의 다양성에 샘이 난 집단의 질투가 분명하다.     


예비 초등학생 첫째를 집단주의적 교육이 강한 학교에 보내려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또래문화에 들어가면 ‘남들이 하는 것’을 쫒아가며 해야 할 일도 생길 것이다. 이런 고민으로 대안학교에 보내거나 홈스쿨링을 자청하는 부모들도 몇몇 만났다. 대부분이 공교육에 상처 받은 일들이 있는 사례들이었다. 집단주의 속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소외와 무기력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집단주의 프레임을 웃어넘기고, 당당히 맛 설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본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집단의 힘에 유연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관종스러운 부모가 되면 좋겠다. 일단 먼저 오늘 저녁밥상에서 나 혼자 포크를 써야겠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으며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고,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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