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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Apr 29. 2020

코로나19, 온라인개학 하다 부부싸움 났습니다!

코로나스트레스,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

첫째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다. 코로나19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일(월) 온라인 개학을 했다. 스스로 반성도 할 겸 지난 1주일을 복기해본다. 온라인 개학으로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었다. 닥치면 할 수 있다고 여유를 부리고도 했다. 학교가 안내한 e알리미를 설치하고 알려준 공지에 따라 교육청사이트, e학습터, EBS, 학교홈페이지를 가입했다. 그 중에는 부모와 아동용으로 가입 후 승인을 거쳐야하는 등 약간이 번거로움은 있었으나 순조롭게 처리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 4일 전 사이트 가입이 안 됐다고 학교에서 아내에게 득달같이 전화가 왔고, 나는 아내에게 한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아빠와 비교를 당했다.      

준비를 아예 안한 건 아니다. 하루 휴가를 내고, 학교가 안내 한 날짜에 학교에 가서 교과서를 받으러 갔다. 워킹스루로 교과서를 가져가라는 공지에 의아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걸어가면서 책을 받을 정도의 신속함으로 책을 받았다. 거기서 궁금한 부분을 몇 가지 질문했지만 교과서와 동봉된 서류를 참고하라는 말만 들었다. 그렇게 물 흐르듯이 교과서와 입학축하 물품을 받아와 꼼꼼히 체크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초본을 보내지 않았다고 또 득달같이 아내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24’에 접속해 3자 발송을 해 우여곡절 끝에 보냈다. 아내는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어 맞벌이 부부가 아니라 학교의 긴급돌봄에 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다행이 가까운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있었다.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실물로 제출해야했기에 급하게 서류를 챙긴다고 진땀을 뺐다.      

퇴근 후 공부보다 노는 게 바쁜 아빠와 아이들 ⓒ문선종

나름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온라인 개학에 필요한 행정적인 부분을 꼼꼼하게 챙길 수 없었다. 아내의 스케줄을 망친 나로서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노력이 무시당해 화가 올라오고 있었다. 끝내 아이들을 재워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언쟁이 벌어져서 부부싸움을 하긴 했지만... 부족한 나의 탓으로 귀결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온라인 학습이 기존의 불평등을 가속화하거나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을 대체하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특히, 조손가정이나 취약계층의 보호자들은 어떻게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하고 있을까?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고, 언론매체 기자들에게서 현장의 취약계층아동 사례를 찾는 전화가 쏟아졌다. 온라인 수업으로 어려움이 없냐는 문의들이었다. 재단의 사업장에 연락해 취약계층사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의 어려움이 상당했다. PC와 같은 전자기기 지원부터 학교의 긴급돌봄 등 서비스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가정들이 많았다.         

한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 1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설문한 결과 94.2%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했고, 이중 36.5%가 옆에 어른이 있어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개학으로 아이들의 학습부담을 부모가 온전히 떠안아야하는 현실은 코로나19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과중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부담이 스트레스로 이어져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으로 미칠 우려도 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이수정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을 명절로 비유했다. 명절 기간에는 가정폭력이 일어나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있기 때문에 신고가 낮지만 명절이 끝나면 신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경찰청이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4월은 어떨까?     


집과 PC, TV, 테블릿, 스마트폰에 갇힌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5월의 푸른 하늘을 보길 희망한다. 그리고 그 하늘이 우리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마음 상하는 일, 짜증나는 일, 화나는 일이 있어도 잘 극복해나가야 한다. 아이들과 시소를 타면 나에게 기운다. 아이와 수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발에 힘을 주며 배려해야한다. 5월은 아이들과 수평을 맞추고, 아이들의 발이 땅에 닿아 힘껏 하늘로 비상할 수 있도록 아내와 마음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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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N0.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에 연재된 글입니다.


아빠 칼럼니스트 문선종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를 두고 있다.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알리고 있다. 그는 실존주의를 기반한 인간의 주체성과 경험을 중심으로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moons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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