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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May 08. 2020

수포자 아빠의 깨달음, 수학은 잘 못이 없었다.

삶의 의미를 찾는 태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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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아빠의 깨달음, 수학은 잘 못이 없었다.     

오늘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공교육을 따라가지 못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된 나의 이야기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서율이에게 수학 공부를 가르치면서 느낀 통찰을 이야기하려 한다. 학업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학업 스트레스가 높아 청소년 자살이 높은 학업경쟁의 제로섬에 있는 대한민국을 향한 강력한 통찰력이 되길 바라본다.     


아빠, 어떻게 수포자가 됐나?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아 담임선생님은 엄마를 불러 ‘주의가 산만하다’ ‘별나다’라는 말로 가르치기 힘들다는 말을 전했다. 그날 집에 오자마자 ‘학교에서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며 호되게 혼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선생님은 아주 엄했는데 특히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친구들 앞에서 본보기로 좋은 대상이었다. 수학 시간이면 늘 앞으로 나가서 손을 들거나 엎드려뻗쳐를 해야 했다. 지휘봉으로 손바닥과 엉덩이를 맞은 적도 있고,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뻗쳐를 해 땀이 바닥에 흥건해지고, 손이 터질 듯이 퉁퉁 부은 적도 있었다. 좀 더 크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선생님은 촌지를 요구했는데 엄마는 그를 거절한 것이었다. 아마도 그에 대한 대가가 아니었을까?     

 

수학이 동화처럼 재미있을 수는 없을까?

초등학교 4학년 때는 학원에서 수학 문제를 개별지도해주는 선생님에게 혼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내가 틀린 문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자 빨간색 모나미 볼펜으로 나의 손등을 사정없이 찍었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얼어버려서 선생님의 공격적인 행동을 그대로 받아야 했다. 편집적인 기억이지만 그것이 피인지 잉크인지 흐릿하다.        


사실 수학은 잘못이 없지만 정서적으로 두려운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 위의 강렬했던 인생의 두 가지 사건은 대학생 때 심리상담을 배우면서 명확하게 드러냈다. 두 선생님에게 가졌던 감정을 내려놓고, 용서한 것이다. 1학년 때 담임의 경우 당시 교육현장의 통상적인 관례였을 가능성이 높고, 당시 임신을 하고 있어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다. 학원 선생님은 가끔 얼굴에 다친 흔적이 있었고, 한 번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멍들어 있어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첫째와 수학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아빠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가면서 완전히 수학을 담쌓았다. 하지만 수학선생님들은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성적이 나쁘거나 수업시간에 문제풀이를 못할 경우 사정없는 체벌이 가해졌다. 이런 방식에 길들여진 내가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서율이를 가르치면 안 되겠다는 것을 감지했다. 최근 서율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나의 분노가 올라왔고, 급기야 아이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이런 경험 속에서 공부에 대한 실존적인 정신역동을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행해진다. = 불안, 공포

2. 공부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 실존, 의미     

우리 삶 속에 수학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평생 1번의 정신역동으로 공부해왔다. 중학생 때 50문제 중 20개를 틀려 개당 5대씩 계산해 엉덩이를 100대를 맞은 기억이 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가 나를 책상에 앉게 만들었다. 진로를 정하고, 취업을 할 때도 실패와 좌절에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2번의 정신역동으로 공부한 적이 있던가? 아이들에게 학습을 지도하는 부모들 중 많은 이들이 아직 불안과 공포를 통해 움직이도록 만든다.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장기적으로 공부를 싫어하게 만들 수 있다. 1번의 방법을 선택했다면 불안과 공포의 강도는 더더욱 강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2번 ‘의미’를 찾는 정신역동은 공부를 하지마라 해도 하게 되는 장기적인 내적 동기를 가지게 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이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지만 결코 빼앗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의 태도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타인이 나에게 불안과 공포를 조장해 행동을 유도할지라도 우리는 ‘의미’를 찾는 ‘태도’를 추구해야 한다. 수학은 절대 잘못이 없다. 그래서 나는 다시 수학책을 펼친다. 서율이와 함께 공부에서 ‘의미’를 찾는 삶의 태도를 가다듬어 갈 것이다.           


※위 글은 N0.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에 연재된 글입니다.


아빠 칼럼니스트 문선종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를 두고 있다.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알리고 있다. 그는 실존주의를 기반한 인간의 주체성과 경험을 중심으로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moons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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