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실함에 눈이 멀어 카메라의 냉정함을 빌려 본다.
난임 센터에 갔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나이도 있는데 신혼을 즐기느라 1년여 조심을 했더니 어쩐지 걱정이 돼서.
각자 정자와 난자를 검사했다.
난자를 검사하는 일은 차가운 침대에 누워서
손톱자국에 난도질된 스마일 공과 함께였다.
"아프면 이 공을 꼭 잡으세요. 도움이 될 거예요"
'......?????'
작은 공은 여러 여인의 고통과 함께 이미 만신창이였는데,
아픔에 대한 공포를 고스란히 간직 한 채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나는 처음 느껴보는 혼절 직전의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이 정도는 작은 스마일 공이 지켜줄 수 있는, 난임센터의 시작일 뿐이었다.
우리는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다.
난임은 아니지만 시도해 온 개월 수를 들어보시더니 여기서 날짜를 잡고 다시 한번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삼신할미처럼 날짜를 점지해 주셨다.
나는 단지 배란일이 확실해지는 주사만을 맞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흐리디 흐린 두 줄이었다.
그건 내 눈엔 분명히 한 줄이 아니었기에 두 줄이 확실했다.
몇 개월간 실눈으로, 도끼눈으로, 카메라로, 확대까지 해가며,
나도 보고, 그도 보던, 그런 한 줄과 아주아주 비슷했지만
그것은 분명 두 줄이었다.
그는 그날 아침 내가 내민 것을 대수롭지 않게 한번, 다시 내 눈을 한번 바라봤다.
"괜찮아.. 이제 첫 달이잖아. 다시 시도해 보면 되지"
그는 그러고 나서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하지만 내가 주장하는 '두 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테스트기를 5개는 썼다.
너무 흐려서 두 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카메라로 확대해서 보는 정도라면
너도 확대 해석하는 중일 거라고,
실망이 클까 봐 도닥여 줬던 거라고 말하면서도
선명해진 두 줄을 보며 그 사람은 내게 그동안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붉은 눈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