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선생님 Jan 15. 2018

죄송하다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지 마세요

우리가 뭐 죽을죄를 지었습니까?

저는 뻔뻔한 편입니다. 


퇴근시간 10분 전에 보고서를 써오라는 팀장님에게 ‘저 목차만 쓰고 나머지는 내일 써도 되는 거죠?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네?’ 이렇게 말하는 사원이고, 엄마한테 ‘내가 딸이라서 좋지?’라고 말하는 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임금체불을 당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답답함과 설움을 떠올리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소심한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글입니다. 사회에서 꼰대들에게 호구 잡히지 않는 법! 


이 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이미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말 안 하면 호구된다.’ 이런 말이 있죠. 그냥 호구만 되면 다행입니다. 꼰대라 불리는 그들은 말 안 하면 좋아하는 줄 압니다. 갑작스러운 금요일 회식이나 회사 송년행사 진행 같은 것들을 내가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고 생각해버립니다.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단어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죄송합니다. 

두 번째, 괜찮습니다. 



첫 번째 ‘죄송합니다’는 지각을 했다던가, 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겼다던가, 회사 물품을 파손한 경우 같은 누가 봐도 명백히 잘못한 경우에만 사용합시다. 


내 잘못이 아니거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 내 책임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죄송합니다’를 쉽게 입에 올리면 정말 내 잘못이 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이 단어는 입에 쉽게 붙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새 별 일도 아닌데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사람이 돼버릴 수 있습니다. 


이러면 안됩니다 

이런 식으로 ‘죄송합니다’를남발하는 건 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립니다. 그리고 늘 잘못하는 실수가 잦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박혀버립니다. 또한, ‘죄송합니다’를 한 번이라도 건너뛰면 ‘어라? 네가 잘 못한 걸 모르나 봐?’하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대체하기 위해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한 겁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핑계를 대는 것처럼 들려서 상대방의 분노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앞으로는 말씀해주신 대로 000하도록 하겠습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실은 내 잘못은 아닌 거 같은데. 네가 뭐라고 하니 앞으로는 네 말대로 할게 인마.’라는 속 뜻을 품고 있더라도 적당히 공손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말이기 때문에 적합합니다.



두 번째, ‘괜찮습니다’는 상황을 잘 가려서 사용해야 합니다. 


가끔 ‘괜찮습니다’는 귀찮은 상황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이 문장에 ‘아,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라는 속 뜻이 담겨있더라도 겉으로는 정말 괜찮아 보일 수 있습니다. 


줄여서 ‘네네’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전화 통화 상황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하지만 남발할 경우 성의 없이 대답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눈을 쳐다보고,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는 긍정 제스처를 추가해주시면 좋습니다. 


이렇게 유용한 ‘괜찮습니다.’를 유의해서 써야 하는 이유는 실은 안 괜찮은데 안 괜찮다고 말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괜찮습니다’라고 말해버리면 ‘아무래도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되기 쉽습니다. 



‘오늘 야근해도 괜찮지?’

 ‘오늘 점심은 빵 사다 먹고 회의해도 괜찮지?’ 

‘김대리 휴가 가면 김대리 업무 대신해도 괜찮지?’



이런 경우에 씩씩하게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건 딱 인턴기간까지입니다.


근츤습니다...

그 이후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바쁘니 어쩔 수 없죠.’ 정도로 대답해야 합니다. 싫다는 감정을 조금은 나타내면서도 현재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친절한 말투와 웃음은 본인의 소심한 정도와 상사의 성향에 따라서 조절하시면 되겠습니다. 



실은, 호구가 되지 않는 걸 넘어서 뻔뻔한 사람이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일 당장 그만둬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통장에 있으면 소심한 우리도 뻔뻔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익 기간은 만료되어가고 늘 팍팍한 통장은 우리를 소심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호구는 잡히지 않기’ 위해 웃음과 말투를 조절해가며 꼰대들에게 감정과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 봤자 허심탄회를 강요하는 워크숍 같은 게 없어질 리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하겠죠. 오늘도 내일도 소심하더라도, 만사 다 괜찮고 매일 죄송한 호구는 되지 맙시다! 



* 본 글은 원문입니다. 편집본은 (http://20timeline.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물론 '죄송합니다'라고 한다고 호구 잡는 사람이 더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사람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울한 날엔 그냥 우울 하기로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