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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선생님 Jan 15. 2018

폭망한 연애 이후

우리의 꿈이 아닌 너의 꿈 


영화 <봄날은 간다> 


아무리 부처님같이 마음을 먹어도 태워버리고만 싶은 지난 연애가 끝난 후 남은 건 인생 샷이라 지우기 싫지만 지워야만 하는 커플사진, 제일 비쌀 때 사서 폭락한 후 되팔아야 하는 금반지 따위다. 그래도 똥 싼 자리도 한 번 되돌아보고 일어서는데 폭망한 연애라고 다를 게 뭐 있나. 폭망한 연애 이후에 나에게 남은 건 내 것이 아닌 미래계획이었다.     


영화 <이별의 온도>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게 좋다. 도전보다는 안전한 걸 선택한다. 그런 내가 한 때는 내 꿈이 세계여행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태국에서는 마사지를 배우고, 스페인에서는 탱고를 배울 거야.’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아 그랬다. 그때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오지은의 노래 <화>의 가사 ‘널 보고 있으면 널 갈아먹고 싶어’라는 가사를 가슴 치며 이해했던 때였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 후 처참하게 헤어졌다. 


버스 환승만큼 짧은 텀을 두고 다른 사람과 사귄다는 그 사람의 소식을 듣고 취업의 막막함 보다 크게 다가온 건 방에 붙은 세계지도였다. 세계여행이라는 꿈이 나의 소망이었는지 그 사람의 소망이었는지 헷갈렸다. 그 사람은 언제나 외국을 갈망하는 사람이었다. 내 꿈이 그 사람과 함께하는 거였는지, 아니면 진짜 여행을 하고 싶었던 건지 의심이 갔다. 


이후 세계여행이라는 꿈은 전 남자 친구의 회사가 망하길 바라는 소박한 꿈으로 대체되었다. 겁 많은 나는 혼자가 되어 나의 미래여행 계획을 세운다.


 ‘다음 휴가에는 태국 가서 마사지를 받고, 카오산 로드에 가서 맥주를 마셔야지! 아니야, 카오산 로드를 혼자 가면 위험한가? 동행을 구해야겠다! 그런데 동행을 어떻게 구하지?’와 같이 느리고 허술한 미래 계획이지만, 온전히 내 생각이 담긴 계획을 만든다. 


* 본 글은 원문입니다. 편집본은 (http://20timeline.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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