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9점이야. 옆에 애는 6점 정도? 야 네 짝은 3점도 아까워’
우리 반 애들은 아무렇지 않게 얼굴에 점수를 매기곤 했다. 가끔은 ‘얼굴은 5점이지만 다리는 9점이야’와 같이 점수를 매겨지는 범위가 넓어지기도 했다.
6.5점짜리라는 평을 받은 나는 거울을 들여다봤다. 나는 내 작은 눈, 큰 코, 살짝 보라색이 도는 입술이 늘 좋았는데! 수학 시험지에 써진 60점이라는 점수는 3일 만에 잊혀졌지만, 그 6.5점이라는 점수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딱 그 점수만큼만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입술에 분홍 틴트를 발랐다. 눈 위에 쌍커플 테이프를 붙였다. 코는 어쩌지? ’엄마 왜 나는 아빠를 닮은 거야?’ 라고 투정하는 나에게 엄마는 훼어니스를 사줬다. 모든 아이들이 갖고 다니던 클린앤클리어 훼어니스- 목은 여전히 황토 빛이더라도 밝게 변한 내 얼굴색을 보면 뿌듯했다. 이제는 내가 8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살짝 으쓱하기도 했다.
하지만 6.5점짜리 자신감은 늦게 일어나서 아무 것도 못 바른 날, 피부가 뒤집어져서 화장을 할 수 없을 때, 화장품이 뚝 떨어질 때마다 바닥을 드러냈다. 더 이상 내 눈과 코와 입술이 예뻐 보이지 않았다. 내 피부색은 잘 구운 식빵 색이라는 엄마의 애정 어린 말에 화를 벌컥 내는 나는 6.5점짜리 인간 같았다.
6.5라는 숫자에서 빠져 나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네 피부색은 참 건강하고 예뻐
우미야 너 눈동자가 참 크고 맑다
나는 네가 웃는 얼굴이 너무 좋아
라고 말해준 다정한 사람들이 나를 구원했다. 그들에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겸손과 부정이 뒤섞인 말을 하는 대신 ‘고마워’라고 말하기까지는 한참 더 시간이 걸렸다.
그들의 예쁘다는 말이 고마워서가 아니라, 나를 다정하게 봐주는 그 눈이 좋아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 다정한 눈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들과 함께라면 나는 6.5점짜리 인간이 아니었다. 더 이상 10점짜리 얼굴을 갖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얼굴을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너는 정말 멋지다’라고 말하기로 했다.
(고양이는 좋겠다..예쁘다는 소리만 들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