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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션 Oct 03. 2018

놈놈놈

우리집에 사는 남자 셋

딸만 둘 있는 집 둘째로 태어나 여중, 여고, 여대를 거쳐 사회에 나와서도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환경에서 주로 생활했다. 여성용품을 부득이하게 꼭 사용했으니 집 화장실의 쓰레기통은 당연했으며,  (훗날 결혼을 하고 아들 둘만 있던 시댁 화장실에서 쓰레기통이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엄마, 언니와는 세상 둘도 없는 친구나 다름 없이 지냈던 나다. 그랬던 내가 아들 둘을 낳고 남자가 셋인 집에 홀로 여자로 지낸다는 것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참 크다.


오래 연애했던 남편과는 원래 아이 셋을 키우고 싶었다. 상견례 자리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이 셋을 낳고 싶다고 얘기했다가 양가 부모님이 순간 할말을 잠시 잃기도 했었다. 모르니까 용감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둘째가 아들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셋까진 자신이 없다. 아니, 자격이 없는 거 같다. 둘도 너무 버거운지라...


결혼 7년차인 지금까지도 어렵기만 한 시어머니와 불현듯 친근해지는 순간이 있다. 젊은 시절 시어머니가 어린 아들 둘을 키우며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실 때다. 여자의 독박육아가 당연하던 그 시절 아들 둘을 키우던 어머님의 (주로 기막힌) 에피소드는 세월이 충분히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치고 고단했던 젊은 날 어머니의 얼굴이 얘기하는 동안 짧게나마 스친다. 하지만 이내,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얼마나 예쁘냐... 제일 행복한 때가 이 때다...”하며 시선이 저멀리 한참이나 머물러 있다.

젊은 날의 시어머니와 어린 남편, 아주버님


곡예에 가까운, 몸을 쓰는 놀이를 즐겨하는 나의 아들 둘에겐 다행히도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가 있다. 목마는 기본이거니와, 거꾸로 들고 버티기, 아이 둘 한꺼번에 말 태워주기 등 내가 아이들이라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아빠다. 그런 그는 언제부턴가 양가 가족들 사이에서 ‘안쓰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한번은(실은 여러번) 친정엄마가 집에 밑반찬을 싸가지고 오셨는데, 애들이랑 놀아주시느라 날이 금방 어두워져, 남편 퇴근하고 돌아오면 차로 모셔다 드리겠노라 말했더니 급 정색을 하며 나를 엄청 나무라셨다. “손서방 쉬어야지! 그 먼 직장에서 여태 일하다 오는데... 나 지금 갈란다. 자꾸 이러면 너네 집에 못 와!” 하시고는 절대 마주치면 안될 사람을 피하는 것 마냥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 전 서둘러 가셨다.


우리 집엔 나와, 남자 셋이 산다. 시종일관 까불거리는 남자, 마냥 신나있는 남자, 괜히 안쓰러운 남자... 이렇게 셋 말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가 누군 지 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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