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신고절차 확인하기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지금 내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률의 이름이다.
약칭 ‘채용절차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채용과정에서 공정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직무 수행과 관계없는 신체적 조건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 및 요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의 세부사항 중 제4조의3을 보면, 출신 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에 관한 조항이 있는데 이에 따라 구인자는 구직자에 대해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항목으로는 1. 구직자의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2.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3.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이 있다.
내가 실제로 면접관으로부터 받은 질문은 이 중 2. 혼인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법률에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직무 수행 능력과 하등 상관없는 출산 여부 및 계획에 대해 물은 것도 채용절차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함께 신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채용절차법은 2019년 7월 17일부터 시행되었다. 내가 면접을 본 것은 2019년 10월이니, 신고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알고 보니 10월 중순부터 채용절차법 집중 단속 기간이었다. 더더욱 잘 된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사례들은 모두 지원서류 자체에 개인정보를 기입하도록 된 경우였다. 이 경우 서류 자체가 증거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고가 용이했지만 내 경우는 녹취로 대변되는 면접 당시의 정황만 있는 것이라 신고가 되는 것인지 불분명했다. 이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공정채용 관리과에 전화를 걸었다.
1. 지원서류가 아니라 면접 시 구두상의 채용절차법 위반도 신고가 가능한가?
2. 녹취는 증거물이 될 수 있는가?
3.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은 없는가?
내 질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됐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신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정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과태료 처벌이 어렵다. 신고를 하면 해당 기업에 면접 서류를 요청하게 되는데, 이때 서류상에 면접관이 내 답변을 기재해 증거가 확실한 경우 과태료 처벌을 할 수 있다. 증거가 없으면 경고 조치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녹취록이 있다고 해서 과태료 부과 여부를 확답할 수 없다. 신고자의 신원은 면접자가 한 명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보호된다.’
담당자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넣거나 해당 지역 관할 지방고용청의 고용관리과(또는 지역협력과)로 신고를 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담당자의 명쾌한 답변과 사려 깊은 응대에 힘을 얻었다. 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다음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