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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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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이 언니 Jan 29. 2020

누운 지 5분 만에 잠들어버리는 남편

같이 사는 남자 이야기

평소, 생각이 참 많은 나와 달리
단순하게 생각하는 남편.

회사에는 멘탈이 강하다를 넘어 그냥 멘탈이 없는 사람으로 불린다고 ㅎㅎㅎ

그래서인지 이 남자는 '슬슬 자야지' 마음먹고
누우면 바로 잠이 들어버리는 듯하다.

수면 상태에 빠져버리는 시간이
한...5분 정도 되는 걸까..?

 
예전에 생각이 참 많은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 : 나는 진짜 생각이 많아서 누워도 잠이 바로 안들 때가 많아. 근데 눕자마자 바로 자는 사람도 있다던데...?

#.친구 : 그런 사람이 있어? 생각할 게 없는 건가 그 사람은? 사람 맞아? 어떻게 바로 자?

그 시절에는 같이 웃고 말았는데, 내가 그런 남자를 만나 살고 있는 것이다.

눕자마자 코를 골며 꿈나라로 가버리는 사람.


자고 싶다고 생각하고
푹신한 이불에 눕자마자
잠이 들어버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ㅡ?

남편에게는 세상만사가 다
둥글게 흘러갈 것만 같다.

신혼시절 나는 ㅡ
청각도 예민한 건지
도저히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남편이 잠들어버리면 슬쩍 도망가서 새벽까지 책을 읽다가 자곤 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는
아이를 재우며 함께 잠들어버려서
남편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깨는 일이 줄어들었는데 ㅡ


어찌 된 일인지 오늘은
낮잠을 잘 시간이 다 되어 여섯 살 딸아이가 말한다.


'어른은 어른끼리 방에서 자세요.
엄마 소파에서 자면 아플 거 같아요.
아빠 옆 침대에서 자세요.
나는 혼자 방에서 책 보다 잘거예요.'

라고 말하며 소파에서 쉬던 나를
안방에 끌고 가더니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뭐... 뭐야
새해 결심인가, 벌써 독립의 시기인가.


딸아이는 방에서 혼자 잠이 들어버렸고
남편은 눕자마자 코를 골고 역시나
깊은 잠이 들어버렸고...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손에 든 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슬슬 몰래 나가서
혼자 책을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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