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좇아 올라왔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마음이었다.
도피였는지, 증명이었는지,
애착이었는지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그곳에 가야 살아질 것 같았다는 것.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것.
방 하나를 급하게 구했고, 자금은 충분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고, 그때부터 이미 중심이
흔들렸는지도 모른다.
진심은 언제나 내 쪽이었고,
애쓰는 것도, 매달리는 것도
결국 혼자였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활은 빠르게 무너졌다.
수면은 과해졌고, 감정은 무뎌졌다.
잠에서 깨어 있는 시간에는 울거나 먹거나
멍하니 있었고, 남은 돈이 없을 때는 굶었으며,
때로는 지금도 후회되는 선택들을 했다.
작고 빠른 소비는 큰 파고처럼 일상에 밀려들었고,
어느 날 정신을 차리니 신용과 잔고가 동시에 바닥나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감정의 여유든, 관계의 안정이든,
모두 경제적인 기반 위에 있다는 사실을.
돈이 없다는 건 단순히 불편한 상황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기 어려운 상태라는 걸.
나의 모습은 나 스스로 보기에 초라했다.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순간 느껴지는 존재감 자체가
너무 작고 희미했다.
일을 하기도 했다.
진심을 담기엔 마음이 텅 비어 있었고,
몸만 고단해졌다.
누군가에게는 경험이고 도전일지 몰라도,
나에겐 그냥 무의미한 소진이었다.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무너지기 직전에 손에 잡힌 게 글뿐이었다.
하루하루를 썼고, 시간이 지나도
확신은 오지 않았다.
그저 그날을 버티기 위해 썼다.
버텼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이도저도 못한 채, 시간이 지나갔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
감당이 되지 않는 내 마음,
어디에도 딛을 수 없던 불안정한 감정 구조.
모든 게 동시에 무너졌고, 나는 손을 들었다.
무너지기보단, 잠시 눕기로 했다.
그 2년은
내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무너졌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지우고 싶을 만큼 선명한 시간.
기록으로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기억.
하지만 지금, 그 조각들을 이렇게 꺼내고 있다.
왜냐하면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이
문장 안에서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그 시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기록은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