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몸도 마음도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숨의 통로는 점점 좁아졌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목 끝이 막혀 있었다.
상처는 주고받으며 커졌다.
처음엔 억울했다.
내가 이 상황을 만든 건 아닌데,
왜 나만 망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번쯤은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렇게 상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나는 상처를 주고받는 구조 안에서
자신을 점점 잃어갔다.
그러면서도,
내 진심만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랐다.
‘나는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땐 나도 너무 힘들었어’
이 말을 끝까지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있는 줄 알았지만,
끝까지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과 등을 지고, 잠만 잤다.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게 나에게는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말 대신 ‘조용히 사라지는 법’을 택했다.
가만히 있는 것이 덜 상처받는 방식 같았다.
나는 갈증을 채워줄 오아시스를 원했지만,
정작 그 갈증으로 타인을 말라가게 만들기도 했다.
무언가를 주고 싶었지만,
결국 받아내기만 했던 사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사막을 더 메마르게 만드는 존재라고 느꼈다.
세상은 내 이야기를
잠깐은 들어준다.
하지만 오래는 안 들어준다.
모두가 제 몫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바쁘고,
남의 고통은 쉽게 피로해한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마음은
내가 직접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걸.
누구도 내 마음을 완전히 헤아려주지 못한다면,
적어도 나만큼은 끝까지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나를 너무 쉽게 놓쳐버릴 것 같았다.
상처는 아직 남아 있고 나는 흔들리지만,
고통이 멈추지 않기에 써야만 했다.
이건 회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