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먼저 흔들렸다.
빛이 스치듯 지나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아무 일도 없는 게 오래 남았다.
익숙한 공기 속에서
모르는 온도가 섞였다.
조금 따뜻했고, 약간 낯설었다.
그 온도는 손끝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봤다.
처음엔 부풀었다.
가벼운 기대처럼,
떠오르는 기포처럼.
그다음엔 조금 가라앉았다.
두려움이 깔리며,
조용히 심장 아래로 스며들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모든 게 섞였다.
온도와 빛과 감정의 층이 얇게 포개졌다.
그 위로 설렘이 올랐다.
아주 천천히, 조용하게,
마치 내가 나를 쓰다듬는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