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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월 Dec 01. 2020

나는 그래서 몽골에 왔다

행복을 정의할 수 있게 되기까지

이번 여행은 이상하게 다른 어떤 여행보다 무덤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마음을 다 비우고 떠남이 그 이유인가보다. 사람들이 항상 생각은 하지만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운, 그 퇴사라는 것을 했다. 하루하루 마음 속에는 있었지만, 차마 용기가 부족한 까닭에 하루하루 흘려보내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퇴사 면담을 했고 난 퇴사라는 문턱을 지나있었다. 나는 누구보다 용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 스스로를 좀 더 믿어보고 싶었을 뿐, 나는 예전부터 후회하는 삶을 살지 말자는 것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았다. 지금의 나의 선택이 이러한 모토의 의미를 진정으로 실현할 하나의 표본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퇴사라는 것을 했다 '별이 쏟아지는 곳'이라는 로망이 있는 나라, 몽골로 나는 떠났다. 마음을 비우고 떠났던 곳, 몽골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택시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모래 바람이 풀풀 일어나서 눈 앞을 뿌옇게 덮었고, 택시는 오랜 세월을 달렸음을 대변하듯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었지만, 여행의 시작점에 있는 나의 기분은 항상 그랬듯,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What's your name?'이라는 질문에 'I English No' 라는 답이 돌아왔다 말 한마디도 나누기가 쉽지 않았던 택시 아저씨에게 몽골어 사전을 사용하여 말을 붙여보았다. 겨우 알아낸 아저씨의 이름은 아므라, 허허 웃으면서 대답해주는 아므라 아저씨 덕분에, 몽골에서의 첫인상은 한층 더 따뜻했다.


여행을 해가면서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중이다. 나는 도시적인 분위기보단 흙냄새와 나무냄새가 좋았고 화려한 간판들 보다는 몽골이나 남미 같은 빈티지한 느낌의 간판이 예뻤다. 항상 나에게 여행의 첫 단계는 늘 그랬던 '정처없이 걷는 것'이다. 나의 발길이 닫는 대로 무작정 걷는다. 목적지 없이,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고 돌아다니면서 어느새 나는 이 나라에 젖어들어 있었다. 눈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길가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찬찬히 보면서 그 나라의 색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나의 마음에도 순간 순간이 담긴다. 조그만 골목에 있는 가게에서 예쁜 엽서 한장을 살 때의 그 감정, 그 곳의 사람들, 생활 하나하나를 눈에 담는 시간들이 소중하다.


달러를 환전하는 도중, 몽골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환전하는 과정에서 100달러가 사라진것, 내가 세어 본 금액과 환전소에서 말하는 금액이 달랐다. 코 앞에서 100달러가 사라진 것이다. 처음엔 환전소 아주머니가 실수하셨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너무나 불친절한 아주머니의 언행과 백화점 환전소는 조심하라는 후기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아주머니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했다. 유심칩 사러 간 곳에서,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언니를 만났고, 같이 환전소로 가서 본인의 일처럼 도와주었다. cctv확인을 요청하자 환전소 아주머니는 머쓱해하며 돈을 다시 돌려 주었다. 아름다웠던 몽골에 대한 이미지에 티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너무 미웠지만, 그래도 덕분에 몽골의 따뜻한 언니를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고마운 마음에 언니한테 다시 찾아가서 초콜릿을 선물했다. 오히려 더 고마워했던 언니, 내 뒷모습에 외쳤던 'Awesome!'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극과 극인 사람들, 극과 극의 경험, 그래도 이런 경험들이 있어서 여행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길에 있는 하나하나가 전부 피사체가 되었다. 거리의 상인들, 지나가는 사람 한명한명의 발걸음, 건물의 간판들,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담고 싶었다. 같은 공간이더라도,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다르게 다가온다. 해가 있을 때와 조금은 해가 뉘엿뉘엿할 때의 모습,  정처없이 걷다보면 마주치는 이 순간들은, 너무나 소중하다, 나에게. 이번 여행에서도 불현듯 찾아오는 순간들의 소중함을 많이 마주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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