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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월 Dec 01. 2020

나는 그래서 몽골에 왔다

몽골에게 사랑을 느꼈던 순간들


눈을 뜨자마자 집 밖으로 나왔다. 어제 어두울 때 들어와서 잘 보지 못했던 마당이 보였다. 어제 샤워할때의 기분나쁨이 다 사라졌다 하늘은 바다 같이 파랬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나는 사르르 녹았다. 마당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몸만한 유모차를 밀어주면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서늘하지도 않은 온도에 나의 기분은 한껏 들떴다.



몽골에서 먹었던 빵들을 생각해보면, 딱딱한 맛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보통 블루베리 잼과 달걀을 올려 먹더라, 블루베리 잼을 먹고 나면 입 안이 다 보랏빛으로 물들어서 이를 꼭 다시 한 번 닦아야 했다. 아침 빵을 챙겨먹고, 집 바로 옆에 있는 슈퍼에 가서 사탕 한 움큼과 한국에서는 잘 먹지도 않던 초코파이, 생명수와 같은 콜라를 구매 완료.


아이의 이름은 무흐 였다. 정말 너무 예뻤던 아이, 나만 보면 사탕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사탕을 받고 난 후에 베시시 웃는 모습은 계속해서 사탕을 주고 싶게 만들었다. 몽골 아이들은 웃음이 너무 예쁘다. 무흐를 보면서 마당의 테이블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이것 저것 끄적였다. 햇살도 적당하고 바람도 적당했던 순간의 행복을 잊을 수 없다. 무흐가 밥을 떠 먹는 모습, 바람에 나부끼는 모든 것들, 장난감에서 나오는 노랫소리, 흙냄새, 수돗물에서 나는 짭짤한 맛까지, 좋았다. 평소라면 정말 싫었을 빨래 비누로 하는 빨래, 걸을 때마다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흙들, 꾀죄죄한 무흐의 안김, 어느 것 하나 거부감이 없었다. 그냥 이대로가 좋았다. 나의 일상에서 이런 평화로움을 언제 또 맛볼 수 있을까, 까페에서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에서 오는 평화로움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러한 여유말이다.



히시케를 만났다 히시케는 숏컷을 한 몽골 여성이였다 등산복을 입고 있었는데 첫인상이 너무 예뻤다. 하얀 피부와 동그란 눈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소녀 캐릭터를 떠오르게 했다. 히시케는 내가 합류할 팀의 가이드라고 했다. 그리고 곧 팀원들이 왔다. 로버트, 톰, 라가. 독일 친구들이었다. 라가는 스케줄 때문에 먼저 떠나고 톰과 로버트, 그리고 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몽골 여행에서 손에 꼽히는 순간이였다. 달리는 푸르공 안에서의 몽골 카드 게임, 창문 밖 배경은 푸른 들판과 뛰어 놀고 있는 양 염소들, 창문으로 기분 좋은 바람이 들어왔고 날씨는 맑았고, 행복 그 자체였다. 거기에다 톰이 좋아하는 독일 쫀쫀이 젤리까지, 완벽했다.



홉스골 도착햇다. 전통 게르에 가서 인사하고, 토스트에 야크 우유로 만든 치즈를 올리고 설탕을 뿌려먹었다 설탕맛으로 먹긴 했지만, 맛있었다. 하지만 밀크티는 여전히 나와 맞지 않았다. 우리의 게르 앞에는 홉스골 호수가 펼쳐져 있었고 풀을 뜯고 있는 야크 떼들, 들판에는 이름모를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푸른 하늘아래 푸른 호수 그리고 푸른 들판,


여기 야크들은 파란 들판이랑 깨끗한 호수가 있어서 좋겠다. 호수물이 너무 맑아서 안에 있는 돌멩이들이 굴러다니는 것까지 보였다. 두 사람과 함께 홉스골을 거닐면서, 아무 말 없이 풍경에 집중했다. 생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세워져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돌탑을 쌓았다. 돌탑 쌓고 소원빌기, 어딘가 여행을 할 때면 시간이 제한 되어 있으니, 항상 특별한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해, 사진을 찍어야해. 나도 모르게 이러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톰이랑 로버트는 돌탑을 쌓고, 돌로 그림을 그리고, 돌 던지기를 했다. 특별하게 보내지 않아도 특별한 순간들이 되었다. 우리는 'what a great kids'라고 부르며 서로를 놀렸다.


저녁 때 쯤, 게르로 밥먹으러 들어가는데 몽골 아기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사진찍어 주려고 하니까 작은 꼬마여자 아이는 맘껏 모델 포즈를 취해주었다 연두색 옷에 양갈래 머리는 너무나 굿매치였다. 카메라를 건네 주자 다른 아이들도 몰려 들어서 서로를 찍어주기 시작했다. 사진찍으면서 뒹구는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이라는 감정이 울컥 올라 온 것을 느꼈다 이 순간도 몽골에서의 손 꼽히는 순간 중 하나, 여기에서는 이런 소소한 행복이 강력하게 찾아 오는 것 같았다.


게르 안에는 난로가 있다. 두루마기 휴지로 불을 지피는 기술을  터득했다. 불 하나로 게르 안은 사우나처럼 따뜻해졌다. 행복이로구나.


몽골에 다녀온 친구가 바가지를 꼭 챙겨가야한다고 말했던 이유를 씼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생수로 이닦고 세수를 하는데, 이러다 비누도 못닦고 자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가지를 활용해서 겨우겨우 세수 마무리, 몽골에서는 생명과 같은 바가지였다. 울란바토르 돌아가면 꼭 바가지를 하나 더 사야지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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