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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월 Jun 17. 2022

소 옥 영

제일 사랑하는 사람의 맥박이 완전히 멈추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




  내가 어렸을 때부터 걱정하던 그 날이 왔다. 할머니가 나를 떠나는 날. 언젠간 이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올 줄을 몰랐던 날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날을 맞이 했을 때 나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날이기도 하다. 


  2022년 5월 15일 오전 9시 55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으셨다. 


  간호사 여러 명이 뛰어 들어와서 할머니의 맥박을 확인했다. 제일 사랑하는 사람의 맥박이 완전히 멈추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제일 힘든 시간일 것이리라. 할머니의 숨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소옥영님. 5월 15일 오전 9시 55분. 사망 선언합니다.

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셨다. 진짜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제는 할머니랑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수도 없고, 할머니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할 수도 없다.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 수도 없고, 할머니의 웃는 모습을 볼 수도 없다. 정말 할머니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니. 사실 아직도 잘 믿기지는 않는다. 할머니가 어딘가에 가 있을 것만 같은 막연함.


  나는 습관이 있다. 예전에 할머니가 내 앞에서 쓰러졌던 그 순간 이후로 할머니가 자고 있을 때 이불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걸 확인한다. 할머니가 숨을 쉬고 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옆을 떠나는 건 아닌지. 그 불안감에 새벽에 중간에 깨면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했었나 보다. 우리 할머니는 숨쉬는 게 불규칙하기 때문에 가끔씩은 할머니의 숨이 멈춰있는 순간이 있다. 그 때마다 마음이 쿵 한다. 그러나 곧 이내 다시 숨이 돌아오는 걸 확인하고 잠든다. 


  할머니가 병원에서 누워있다가 떠난 후에 할머니의 모습을 잠깐이라도 더 담아두려고 할머니를 계속 보고 있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할머니의 숨을 확인했다. 할머니는 자는 것처럼 누워있는데 이불의 움직임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몇 초동안의 정적 후에 다시 이불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대로였다. 

정말 할머니가 떠난거구나..


  나는 무섭다. 지금 할머니가 떠난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아직 할머니 공간에 가는 것은 조금은 버겁다. 일상에서 친구들 만나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출근하면 정신없이 일하기 바쁘다. 문득,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보거나 할머니를 떠올리는 순간이면 먹먹하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그럭저럭 내가 갈 길을 가고 있다. 다만, 무서운 것은 할머니와의 기억이 조금씩 지워질까봐. 그래서 이 공간에 할머니와의 시간들, 나의 기억을 일기장처럼 기록해두려고 한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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