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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월 Aug 17. 2022

소 옥 영

장례식 그날, 이별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3인칭 시점에서 1인칭 시점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장면 중 하나가 장례식 장면이다. 서사에서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서 장례식을 하는 장면은 종종 등장하기 마련이다. 흰색 국화들 가운데에 누군가의 사진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가족들이 슬픈 얼굴을 하고 앉아 있다. 지인들의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갔을 때에도 조문을 다녀왔었기 때문에 장례식을 떠올리면 머릿 속에 자연히 그려지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좀 이상하다. 다르다. 익숙한 장례식 장면이지만 이질적인 것이 있다면 우리 할머니가 그 날의 주인공인 것이다. 우리 할머니 옥영의 사진이 가운데에 놓여있는 것이다. 우리 할머니가 왜 저기에 있지, 실감이 안 난다 저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소중한 사람을 잃어 버려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들을 항상 3인칭 시점에서 보다가 1인칭 시점이 되어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상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흰색 리본을 하고서 할머니 사진 옆에 앉아 있었다. 


  우리 할머니 옥영은 준비성이 철저했다. 본인의 영정 사진을 미리 정해 놓았고, 당신이 입고 갈 수의도 미리 수십 년 전에 미리 맞추어 두었다. 할머니는 평소에도 내가 할머니 사진을 찍으면 다 늙어서 쭈글한데 왜 사진을 찍냐며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그래서인지 할머니가 정해 놓은 영정 사진 속의 할머니는 화장도 예쁘게 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멋쟁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새삼스러운 젊은 시절 옥영의 모습이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오래 전에 봤던 분들은 그래 옥영은 저런 모습이었지, 다시금 그때를 회상했을 것이다. 


  나는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이 없을 때면 할머니 사진이랑 마주 앉아 있었다. 장례식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지금 어디에 있지?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할머니가 나한테 와서 죽음이 어땠는지,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할머니는 어디에서 뭘했는지 말해줄 것만 같았다 내가 하루를 끝내고 할머니 옆에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때처럼,


  그리고 입관식, 관 안에 할머니가 누워있다. 할머니가 좋아했던 꽃에 둘러쌓여서 할머니는 눈을 감고 있고, 우리들이 돌아가면서 할머니한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장례를 진행하시는 분이 손녀가 나와서 관에 하고 싶은 말들을 적으라고 했다. 할머니한테 하는 한마디, 내가 할머니한테 느꼈던 모든 감정들, 감사함, 미안함, 슬픔, 후회, 행복 이런 모든 감정들을 담아서 어떻게 한 마디로 쓸 수 있으랴, 마지막 한마디라고 생각하니 무슨 말을 적어야할까,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는데 손이 떨리고 숨소리가 가빠졌다. 사실 뭐라고 적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이걸 쓰고 나면 할머니는 진짜 가는 거구나 이 생각밖에 안 났던 것 같다. 


  지금도 할머니한테 못 다한 말이 많다. 하지만 할머니가 지금 내 앞에 있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는 후련함은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느끼는 감정 중에서 모든 것을 텍스트로 표현할 수는 없는 거니까, 다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과 이전이 다른 점은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할머니도 어딘가에서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확신이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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