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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Apr 11. 2017

덴마크 사람들의 집에 대한 생각,휘게스타일

마리 토렐 소더버그 / 위즈덤하우스

3년 전 처음 남편과 살았던 전셋집은 우리가 다니던 대학교 근처 언덕 꼭대기에 지어진, 우리나이보다 더 나이가 많은 작은 빌라였다. 아무래도 우리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제대로 가꾸지고, 꾸미지도 않고 신혼을 보냈고 결국 밤마다 튀어나오는 곱등이와 곰팡이 때문에 대출을 받아 신림에 작은 빌라를 사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곳에 산지 벌써 2년, 우리는 내년에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첫번째 집은 어차피 떠날 곳이라는 생각에 쉽게 정이 가지 않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최대한 심플하게 공간을 꾸몄다. 맞벌이를 하고 밖으로 돌아다녔던 우리 부부에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딸이 태어나고 집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앞으로 이사갈 집이 딸 아이가 기억할 첫번째 집이될 거라고 생각하니 지금의 집과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딸이 우리의 집을 항상 따뜻하고 포근했던 공간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그래서 요즘 새로운 집을 어떻게 꾸며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우연히 읽게 된 책을 통해  집이란 공간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그리고 어떻게 가꿔야할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책은 덴마크 출신 여배우 마리 토렐 소더버그가 쓴  '휘게스타일'이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휘게란,그리고 집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덴마크인들의 핵심가치라 불리우는 '휘게'가 어떻게 덴마크인들의 삶에 자리잡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에 휘게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또한 휘게라는 가치를 중요시 생각하는 덴마크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휘게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행복을 찾는다는 의미의 덴마크어 단어입니다


휘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책을 하고 수다를 떠는 것,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는 하는 것처럼 우리 삶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휘게라는 단어는 만족감, 쉴 수 있는 공간, 휴식, 안전을 추구하는 것, 힘과 용기를 회복하는 것 관련된 고대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휘게는 전세계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휘게'라는 단어로 그것을 구체함으로써 휘게를 더욱 뚜렷하게 인식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휘게의 특성에 대해 연구해온 예페 트롤레 리네트 교수는 덴마크의 우중충한 날씨, 작은 나라로 오랫동안 지내왔던 역사, 가정 중심의 문화와 잘 발달된 사회복지 제도의 영향으로 휘게라는 가치가 자연스럽게 덴마크인들의 삶에 스며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휘게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집'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TV에서 내일의 날씨를 예보하는 덴마크 기상학자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은 다름 아닌 '우중충하고 흐린'이다. 연중 약 171일 동안 비가 내릴 뿐만 아니라, 여름 평균 기온은 약 17도, 겨울 평균 기온 어는점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이렇게 울적한 날씨 때문에 덴마크 사람들은 따스함과 안락함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한 따스함과 안락함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은 바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집'이다. -23p-
그들은 집을 가족이 모여 다시 세상과 대면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안전한 안식처'로 여깁니다. 물리적인 차원의 휘게가 집이라면, 사회적인 차원의 휘게는 가족일 것입니다. -23p-


덴마크 사람들의 이런 집에 대한 생각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후 집 값에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면서 정작 집이란 공간이 어때야 하는지, 어떻게 꾸며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들은 여유롭고 평화로운, 안전한 안식처로서의 집을 '휘겔리한 집'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휘겔리한 집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나처럼 인테리어에 조금 서툰 사람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덴마크 사람들이 말하는 휘겔리한 집은 어떤 공간일까.


휘겔리한 집을 만드는 방법


휘게는 안전한 느낌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휘게는 그 장소의 주인이 스스로의 선택에 완전히 만족스러워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 우러납니다.-112p-


가장 먼저 집에 들어오면 마주하게 되는 복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의 그림을 걸어두거나, 좋아하는 색으로 벽을 꾸민다. 주방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사도구를 벽에 걸고, 다양한 차를 늘어놓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벽에 걸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추억이 깃든 가구들로 채워진 거실과 부드럽고 따뜻한 조명이 깃든 욕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꾸민 집은 우리에게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전함을 느끼고 행복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집이 덴마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휘겔리한 집의 모습이었다.


휘겔리한 집은 우리를 포근히 안아준다. 위안을 주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111p-


결국 휘겔리한 집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것들로 꾸미는 것, 그리고 그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들, 그것이 바로 덴마크 사람들의 집에 대한 생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이 집이란 공간을 그들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덮은 후 내 집을 둘러보며 생각해 본다. 나는 이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휘게'를 느끼며 살고 있는지를. 새로운 집은 우리 세 식구의 개성이 듬뿍 담긴,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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