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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n 20. 2017

북유럽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키우는 법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 아누 파르타넨 / 원더박스

SNS를 하다 보면 북유럽 국가의 교육과 한국의 교육을 비교한 영상이나, 한국을 떠나 북유럽에 정착한 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영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영상을 볼 때마다 나도 경쟁으로 얼룩진 이곳을 떠나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그곳에서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북유럽에 대한 관심은 SNS뿐만 아니라 서점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덴마크의 '휘게(fygge)'나 스웨덴의 '피카(fika)'처럼 여유롭고 느긋한 그들의 일상을 다룬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데 나 또한 얼마 전 <휘게라이프>라는 책을 통해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어떻게 '휘게'나 '피카' 같은 생활 양식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는 북유럽 국가들이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쌓아 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북유럽 국가들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아메리칸 드림을 원한다면 핀란드로 가십시오.


2012년 영국 노동당 당수였던 에드 밀리밴드의 말이다. 한때 미국은 자유와 평등, 기회의 상징이었다. 그러한 가치들을 이루기 위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갔고 또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끝없는 경쟁으로 인해 자식은 부모에게,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의존하며 그 어느 나라보다 소득 불균형이 심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미국인들은 오히려 경쟁과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옛 시대의 전통적인 관계로 뒷걸음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개인들은 자유를 내려놓고 배우자, 부조, 동료, 상사에게 점점 더 신세를 졌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을 과거에 머물게 하고 북유럽 국가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만든 차이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그 답으로 북유럽 국가 특유의 '노르딕 이론'을 이야기한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를 일컬어 노르딕 국가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엄청난 의료 및 기본적인 사회보장 서비스를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독립적이고 동등한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사랑의 노르딕 이론'의 핵심은 바로 '독립적이고 동등한 개인'인데 이러한 가치가 부모와 자녀, 노동자와 고용주,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에서 모두 적용된다. 우리도 알다시피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들은 넓은 범위의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최소 9개월 이상의 출산휴가와 양질의 저렴한 탁아 서비스, 수준 높은 공교육과 의료 서비스까지.. 개인은 아무런 걱정 없이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폭넓은 사회보장제도를 보며 다른 나라들은 이러한 제도가 국민을 국가에 의존하게 만든다고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북유럽 국가의 국민들은 다른 어느 나라 시민들보다 더 자유롭고 독립적인 시민(개인)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핀란드인들은 소득의 30%에 달하는 세금을 내면서도 그만큼 자신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금을 많이 내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나의 세금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세금으로 나와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혜택을 누린다는 의식이 깔려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핀란드의 목표는 특정 집단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기본적인 지원 구조를 평등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아누 파르타넨'이 미국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느꼈던 핀란드에서의 삶과 미국에서의 삶을 비교하며 쓴 책이다. 핀란드에서 기자와 편집자로 활동했다는 '아누 파르타넨'은 다양한 자료들과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자신의 나라 핀란드의 교육과 복지, 노동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깊이가 북유럽 모델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전문가 못지않다. 노르딕 이론과 북유럽 국가의 복지제도를 이렇게 자세히 분석한 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북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책의 표지도 참 좋은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책 안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사진들을 컬러로 만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점. (물론 그로 인해 책 값은 엄청 비싸지겠지만) 

이 책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핀란드가 큰 정부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똑똑한 정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국민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북유럽 국가의 모습을 보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복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성공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로 변화됨을 느끼는 요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시기와 맞물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국가의 모습은 무엇인지, 우리의 미래를 살짝 엿보고 온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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