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담 Aug 24. 2023

글이 안 써진다면

장은 담글수록


혼자 남몰래 쓰는 글은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을 올린다 생각하며 쓰는 글은 그토록 살 많던 글들이 다 도려내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버리기 일쑤다.

걱정과 생각이 많은 탓에 이리저리 다 도려내 버리는 것이다.

의도하며 짧게 올린 글은 마음이 허락된다.

작가님들의 짧고 굵은 글도 나는 좋아하니까. 오히려 짧은 글이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고 생각의 여지를 열어주는 장이 되도록 이끌어주어 좋다.

각자의 삶은 다 다르기에 글을 통해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성장의 시간이 된다.


글이 성장하려면 ‘일단 써라’는 작가님들의

무수한 조언의 글들.

일단 써야 하는 건 백백 동감한다.

그런데 보여주는 게 힘들다.


써야 하는 글 앞에서 의식하는 마음이 문제다.

내 글이 아무에게도 쓸모가 없으면 어쩌지,

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어쩌지,

내 글이 감정풀이 신세한탄이나 원망을

담으면 어쩌지,

내 글이 내 얼굴에 침 뱉는 독이 되면 어쩌지,

이런저런 걱정이 많으면서도 글은 쓰고 싶고,

그것도 잘 쓰고 싶은 욕심.


작년과 올해 아는 지인들이 개인전과 책출간을 많이 했다.

축하 겸 모인 자리에서 지인들이 너는 언제 출간할 거니라고 묻는다. 막연한 로망만 있을 뿐인 나에게.

오래된 인연에게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이 감사했다.

그런 질문을 받는 내가 괜찮은 사람 같아 은근 기분도 좋았다.


“내가 잘 쓰는지, 못 쓰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민폐가 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있고요. 제 글이 어떤지 얘기해 줄래요” 하고 지긋한 나이의 지인 언니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언니 왈 “그럼 넌 ‘아니다’라고 말하면 글을 안 쓸 거야?”

“그건 아닌데,,,,” 말 끝을 흐렸다.

“네 글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고 힘이 될 수 있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네 글을 좋아하고 와닿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글을 쓰면 되잖아.”

머리에 뭔가 띵하고 한 대 맞는 느낌이었다.


깨달음은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내 마음을 설득할 무언가가 더 필요했다.

책출간의 로망은 둘째치고 주저하는 글을 일단 나아가게 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걱정 많고, 보여주기를 주저하는 마음에게 해줘야 할 말이 있어야 했다.

 

마음아 반대로 생각해 보자.

작가님들 글을 읽을 때 어떤 마음과 느낌이었지?

나는 공감, 동감, 위로, 위안, 깨달음, 감사를 받았지.

작가님들의 글에서 내가 겪었던 감정을 만나면 왠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고, 또 다른 분야나 결이 다른 글을 만날 때는 신기해하며 읽었다. 다른 감정, 다른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런 마음으로 읽었는데, 나 또한 독자의 한 사람인데 왜 무서운 독자만 생각했을까?

어떤 작가님의 말대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지 못하는 격은 아닐까.

구더기가 생길 수도 있지. 하지만 장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장도 담다 보면 구더기 수도 줄겠지. ㅎㅎ


용기 내.



작가의 이전글 그 사람 행복하게 해 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