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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담 Jan 02. 2024

얘기하다 말고 집에 가고플 때

참, 맛없게 듣는다.


얘기하다 말고 기세가 사라져 버린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말하다 말고 집에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참, 맛없게 얘기를 듣는다.

공감받고 싶거나 칭찬받고 싶어서 꺼낸 말은 흥을 잃은 채 마무리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접어 넣어버리고 만다.

얘기를 나누는데 반응이 영 꿉꿉하다.

그러다가도 상대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자기 자신이 말을 꺼낼 때는 생기가 돋는다.

그 외에는 감정 없는 눈으로 가만히 응시한다.

내 얘기가 노잼인가?

저 눈빛은 뭐지 나를 관찰하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하곤 한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는 들어주는 입장을 취한다.

자신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

늘 그런지 가끔은 궁금해진다.


또 어떤 사람은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대화 나눔이 즐겁다.

공감과 안전함이 느껴지면 어느새 마음은 깊이 묻어둔 고민이나 생각들을 꺼내 보인다.

따뜻하니 익어지는 시간이다.

공감의 눈빛과 제스처들이 오가며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인다.

금세 두세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공감은 눈빛이고 귀기울임이고 끄덕이는 고개이다.

상대의 편에 서서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의 교감이다.


자기 우월감에 사로잡혀있거나 시샘이 많은 사람은 공감이 어렵다. 자기중심적이기에 일단 다른 사람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으니 상대의 말이 따분할 것이다.

혼자만의 세상은 아니니, 공감이 안되어도 그 자리에 있지만, 상대는 안다.

정말 공감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마음은 참 신비롭다.

말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눈치채 버린다.


어린 시절 학교를 다녀오면 엄마에게 시시콜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엄마는 참 맛있게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그 뒷이야기를 나보다 더 궁금해하시며 모든 오감을 열어 귀 기울여 주셨다.

참 맛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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