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서툰 마음에게

by 예담


누군가의 부탁을 받으면 “그래, 알았어.” 하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나온 허락이라, 말하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이 무겁다.


거절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허락했기에, 간혹 삐죽 튀어나오는 말투나 표정이 생긴다. ‘이왕 해주는 건데 티 내지 말았어야 했나’ 하고 자책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거절하지 못한 마음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라도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늘 자책이 따른다. 하지만 그 뒤에는 분명 ‘거절의 마음’이 있다. 그래서 가끔 삐죽 튀어나오는 투덜거림도 결국 그 마음의 표현이다. 너무 자책하지 말자. 물론 처음부터 단호히 거절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마음이 약한 사람은 상대의 바람을 저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허용은 상대에게 ‘당연함’을 학습시킬 수도 있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지만, 가끔 삐죽 튀어나오는 불만조차도 시작이다. 그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내자. 조금씩, 내키지 않는 일부터 나를 보호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만약 거절로 인해 관계가 끊어진다면, 그 관계는 정리되어야 할 인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왕 해준 일에 투덜거렸다고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그것은 미약하지만 분명 ‘나를 위한 선’을 그은 시작이다. 괜찮다. 오늘도 그렇게, 천천히 나를 지키는 법을 배워가면 된다.




진정한 친절은 자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 브리네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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