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음이 아닌 믿음으로

숙성된 마음

by 예담


인간관계, 그중에서도 배우자 간의 관계에서 배려란 오랫동안 나 자신의 욕구를 참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대신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를 누르고 상대를 앞세우는 것이 성숙한 사랑이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내가 다시 정의하게 된 배려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배려란 참아내는 감정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었다.

상대를 믿어주는 것, 그 신뢰 위에 마음을 놓는 것이 배려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마음이 작용할 때 비로소 ‘참고 있다’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억지로 누르는 인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해하려는 태도가 관계를 지탱한다. 일방적인 참음은 결국 마음에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은 언젠가 탈이 되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문득 이런 질문이 남는다. 혹시 나의 배려가 상대에게 권리로 작용할까 두려운가?

그러나 배려는 결국 사랑이며, 그 사랑은 관계 안에 평안을 만들어 낸다.

배우자와의 관계는 누군가가 희생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맞추고 조율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믿고 존중하는, 충분히 숙성된 마음이 필요하다.


배우자를 배려한다는 것은 나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넓혀 가는 일임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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