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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니 Oct 17. 2022

직장인, 유학갈 수 있을까 1화

유학결심

2021년 가을, 그러니까 작년 딱 이맘때 석사 유학을 결심했다. 32살이었고 직장 업무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던 때였다.


오랜만에 중국인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공대생이던 그는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는 근황을 전했다. 부러웠다. 막연한 부러움이 아니라 오래 묵히고 간직해 온 구체적인 부러움이었다. "너무 멋지다. 부러워. 나도 공부하고 싶어." 이렇게 말하니 친구가 뭐라고 했더라. 도전해 보라고 했던가, 너도 할 수 있다고 했던가. 정확한 워딩은 생각나지 않지만 결론은 '해보라'였다. 순간 무슨 마음이었는지 나는 그 자리에서 진짜 공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결심이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려온 것처럼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는 결심이었다. 물론 해외 유학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회사에 다니면서 국내 석사를 따보고 그 다음에 박사 유학을 가보면 어떨까 하는 희미한 계획을 세웠다.


그 후 S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쪽에서만 얼굴을 아는 (사실상 모르는) 교수님이었지만, 그래도 출신 대학 교수님이니 이래저래 상담을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었다. 결심 직후의 흥분과 불안을 담아 후루룩 메일을 적어 보냈다. 그럼 한 번 보자는 간결한 답이 왔고 2주 뒤에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교수님은 만나자마자 물었다.  

 "왜 하필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셨어요? 수많은 교수님들 중에서?"

 "고려대를 나오셨잖아요. 고려대 석사 과정에 관심이 있어요."

 "고려대 나온 다른 교수님들도 많아요."

 "음... 하하핳" (책에서 교수님 이름 봤다는 얘기가 뒤늦게 기억났다)


그래도 교수님은 나의 상담 요청을 퍽 기특해하시는 것 같았다. 사회생활 8년차인 서른 두 살의 졸업생이 대뜸 메일을 보내 면담을 요청한 상황이니 그럴 법도 하다. 몇 가지 질문을 하시더니 정말 결심만 갖고 온 내 상태에 놀라셨고, 그래도 결심이 절반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고 전해주셨다. 교수님은 내 마음이 확고한지 여러 번 물어보셨다. 확고했다. 할 수만 있다면 박사까지 꼭 하고 싶었다. 그러면 미룰 것 없이 석사부터 유학을 가라고 추천해주셨다. 석사를 하면서 영어공부를 할 시간이 없을 거라는 설명과 함께. (이 말은 엄청난 진실이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석사 유학을 결정했다.


그 교수님을 찾아간 것이 신의 한 수라면 너무 드라마 같을까. 교수님은 모든 것을 긍정적인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설명해주셨다. 늦지 않았고, 성적도 괜찮고, 현재 경력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며, 교육조교(TA)나 연구조교(RA)를 하면 돈을 벌면서 유학을 할 수 있다는 점까지. 교수님이 미국에서 유학을 하신 데다가 미디어 분야는 워낙 미국에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국 유학으로 촛점이 맞춰졌다. 만약 유럽 쪽도 관심이 있다면 핀란드만 추천한다고 콕 집어 말씀해주셨다. 그러나 핀란드를 갈 일은 없겠지 생각하며 미국 유학 쪽으로 입시 상담을 시작했다. 추천서가 복잡하진 않을까, 연구 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머리가 복잡했는데 당장의 입시 해답은 의외로 심플했다. 저 지금 뭐해야 되나요? 영어요. 유학하면 뭐가 제일 힘든가요? 영어요. 공부하면서 힘든 건요? 영어요. 영어영어영어, 그냥 영어입니다(토종 한국인 기준). 당장 토플을 시작해야 하고 필요하면 GRE 시험도 봐야 한다는 게 교수님의 설명이었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이미 발을 넣어버린 자의 두려움과 불안과 설렘이 섞인 콩닥거림.


그렇게 토플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목표는 3개월 내에 100점 받기.

이 무지한 직장인은 토플과의 전쟁에서 성공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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