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자연이 우세한 시골에서 빛의 언어는 간단명료하다. 건물에 가려지고 분절되어 복잡한 도시의 빛과는 다르게. 그 단순함 속에서 우리는 빛의 여러 면모를 눈치챌 수 있다. 빛의 색, 온도, 속도, 모양. 시간에 따라 빛의 캐릭터가 다르니 서로 다른 음악을 매칭해본다.
그리 감흥 없던 초저녁 서쪽 햇빛이 이곳에서 유달리 아름답다. 빛의 언어를 잘 담은 집 덕분일까. ’하루 끝’이 아니라 ‘저녁’이라는 다음 챕터로 나를 슬쩍 옮겨주는 듯하다. 우리 집은 곧 사무실이기도 하니 일이 많을 때 유용하기도 하겠다. “자, 아직 저녁 업무가 남았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합시다!” 라고 느린 서쪽 빛이 말해주는 셈이다. 여기에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부드러운 재즈풍의 음악을 틀어줘야지, 개그콘서트 엔딩곡 같은 걸 틀면 마음이 조급해질 것이다.
이곳의 새벽 빛이 궁금하다. 아침 잠이 많지만 지평에서도 새벽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떠지곤 했다. 새벽의 어스름한 숲의 물안개 속 어딘가에서 늘 부지런한 딱따구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곤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