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되기

이사 떡을 돌리며

by 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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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연령 51세. 경기도 31개 시·군 중 최고령. 여전히 인구 초고밀도를 자랑하는 서울을 뒤로하고 초고령 지역 가평으로 이사 온 젊은이. 좋은 이웃이 되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던 지평에서의 2년. 그리고 온 동네 시끄럽게 집을 지어 살게 된 오늘. 내가 생각한 답은 ‘좋은 이웃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집을 다 짓기도 전에 시골 사람들의 여러 면모를 경험했다. 여자라고 얕보고, 어리다고 논의에서 제외하고, 무리한 부탁을 하고, 법이 통하지 않았다. 시골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익명성이 사라지고, 대화는 모두 대면·육성으로 진행되며, 네트워크가 심플해지는 독특한 성역.


이렇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곳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거리’다.


나는 한결같은 사람일 수 없다.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친절하거나 착한 사람도 아니다. 집에 초대해서 커피 마시며 수다 떨 시간 없다. 그러니 나는 딱 이만큼이라는 걸, 우리 관계는 딱 여기까지라는 걸 넌지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나에 대한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도록. 좋은 이웃이기보다 이슈 거리 없는 무난한 이웃으로 각인되자. 지켜야 할 것은 딱 하나. 나쁜 이웃만 아니면 된다. 예컨대, 이웃들이 눈을 치울 때 같이 눈을 치우면 된다.


이사 오고 해가 바뀌기 전에 떡을 돌리고 싶었지만 이사 오자마자 단수, 연말의 참사, 그리고 신년 벽두 산불에 이사떡 타이밍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더 늦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가장 추운 날 나누게 된 이사떡. 반 말에 6만 5천 원. 찹쌀로만. 사실, 생애 최초로 떡을 맞춰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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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꼬박 사계절을 동네 시끄럽게 하고, 쓰레기가 돌아다니게 하고, 차량 통행을 방해한 데 대한 사죄의 의미. 제 할 일만 하고 조용히 이사만 오는 얌생이 같은 외지인이 되긴 싫었다.


이게 얼마 만의 이사떡이냐며 다들 재밌어했다. 어떤 이웃은 다짜고짜 부자가 되라고 했다. 자다가 팬티만 입고 나온 반장님의 젊은 아들도 처음 봤다. 집집마다 키우는 개들과도 안면을 텄다. “잘 살아요”라는 덕담은 이 모든 상황을 실감 나게 했다.

‘여자니까’ 눈을 치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여자니까’ 여름에 마을길 잡초 정리할 때 나오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난 눈을 치우고 잡초를 깎을 것이다. 아주 열심히. 그것이야말로 시골에서 꼭 지켜내야만 하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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