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콘크리트 선배로서
나중에 짓는 사람은 먼저 지은 사람들 덕을 본다. 그래서 건축주로서 여러 결정이 진행될 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먼저 집을 지은 사람들의 선택으로 사례가 생기고, 그들의 시행착오 덕에 자재의 장단점이 명확해진다. 이에 따라 나중에 짓는 사람은 그 전례의 덕으로 선택이 쉬워지고 더 나은 집을 짓게 된다. 대신 나중에 짓는 사람은 해마다 오르는 건축비를 감내해야 한다. 겪지 않아도 되는 시행착오에 대한 일종의 기회비용인 셈이다.
미래에 집을 지을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전례와 도움이 될 것인가? 갈수록 늘어나는 1인 가구 수를 고려하면 우리 집은 참고할 만한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거대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우리 집은 꽤나 컴팩트한 공간이다. 처음 시작은 거대하고 육중했지만, 수차례의 변경과 건축비 절약을 위해 규모도, 섹션도, 재료도 줄이고 줄였다. 그렇게 본질에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 전례 없는 대출빚을 짊어지게 된 것과는 별개로, 살면 살수록 좋은 기획이자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고민 중 가장 오래 속시끄러웠던 문제가 노출 콘크리트다. 공사가 모두 끝난 시점에도 집에 방문하는 업자들은 물었다. “내장 마감은 뭐로 해요?” “뭐 하는 건물이에요?(설마 집은 아니지?)”
브런치에 <노출 콘크리트와 악플>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남편이 건축가인 부부가 집을 지으며 안방을 포함한 집 일부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는데, 집이 매체에 소개되자 쏟아진 악플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글은 노출 콘크리트 내부 마감에 대해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유일한 전례이자, 유일한 보증이었다.
상업 공간에서 익히 노출 콘크리트를 경험해 왔고, 노출 콘크리트로 된 사무실에서 일도 해봤다. 하지만 과연 노출 콘크리트가 주거 공간에 알맞은 재료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것도 살결이 가까이 닿는 침실까지. 이렇게 온 집안이 전부 노출 콘크리트로 남겨진 집에서 살아본 적도, 본 적도, 살아본 이를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왜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었나. 선택지가 그리 많지도 않았지만 내게는 유일한 선택지에 가까웠다. 깨끗한 화이트 큐브도 싫고, 도색도 싫고, 미장도 싫었다. 그보다 그 재료와 그 방식이 끌렸다. 거칠고 날것의 그것이 나와 어울리고 편하다고 느꼈다.
이세상 걱정뿐 아니라 저세상 걱정도 미리 당겨서 하는 나. 가장 큰 걱정은 이것이었다. ‘라돈 중독으로 우리 일가족 사망하는 거 아냐?’ 내 걱정뿐이랴. 남들의 걱정은 나의 걱정을 증폭시켰다. 끝까지 해소되지 않은 의문과 걱정 속에서 장장 8개월의 공사를 이어갔다. 생각해 보면 아찔한 일이다. 삽대가리 꽂으면 돌이킬 수 없거늘, 우리 모두의 목숨(?)을 내놓고 착공을 한 것이다.
1년 하고도 3개월의 삶을 이곳에 누적했다. 사계절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럼 말할 자격이 있다. 결론은, 온 집안을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도 괜찮다. ‘마감했다’기보다 ‘남겨뒀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노출 콘크리트. 그 어떤 자재도 100점 만점에 100점일 수 없지만, 딱히 감점 요소도 없다. (Tip! 딱 붙어 버린 냉동 제품, 특히 한 덩어리로 붙어버린 떡국떡을 알알이 부수기에 콘크리트 벽 만한 게 없다.)
아래는 노출 콘크리트 내장에 대해 내가 받았던 질문 및 내가 했던 걱정에 대한 셀프 Q&A다.
Q. 추운가? A. 자재보다는 단열과 층고의 영향이 크다. 벽이 차갑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겨울엔 ‘한 1도만 더 따뜻하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여름을 보내기에 정말 좋다.
Q. 분진이 떨어지는가? A. 코팅 마감 전에는 떨어졌다. 검은 오디오 표면의 하얌 정도(?)로 실내 공기질을 체크한다. 몇달 쌓여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정도. 예민한 비염쟁이 내 코도 괜찮다고 한다.
Q. 콘크리트 냄새가 나는가? A. 공사 초기에 시멘트 냄새가 나기에 ‘설마 평생 이 냄새와 살아야 하는 건가’ 걱정했었다. 공사가 마무리되자 냄새는 사라졌고, 이제는 개를 키워서 알 수 없음..
Q. 라돈 중독은? A. 환기만 해도 배출된다고 알고 있다. 겨울에도 매일 환기를 하고, 시골은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환기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또한 개들의 마당 출입 때문에 매일 환기를 여러 번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아직 잘 살아있다.
노출 콘크리트. 편하고, 장점이 많고, 매력 있는 재료.
그럼에도 용기가 필요한 재료임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