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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멍난 숟가락 Dec 28. 2017

뷔페는 대게

뷔페에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대게라니

뷔페를 선호하지 않는다. 음식은 양보다 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많이 먹어야 한다는 의욕이 솟아오르는 것도 사양하고 싶다. (그러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뷔페에 가면 여지없이 과식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뷔페란 꽤 가격이 나가서, (소위) 뽕을 뽑겠다고 단단히 결심을 해도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뷔페의 좋은 점은 맘껏 먹을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난 아빠 생신 저녁, 뷔페에 갔다.    

  

‘대게 스페셜 데이’였던 그날은, 평소보다 가격이 4천 원 정도 비싼 1인당 3만 7천원이었다. 대게라도 많이 먹는다면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 같았다. 나는 곧 있을 본게임에 대비하며, 갓 구운 빵을 얹은 크림 차우더 스프와 초밥 몇 개, 탕수육 몇 점으로 천천히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뷔페 중앙에 있는 분수대 근처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뷔페에서 왜 줄을 서나 의아했다. 그러나 호기심보다는 식욕이 앞서서, 먹던 걸 마저 먹다가 어느 순간 직감적으로 알아버렸다. 그 줄은 대게를 먹기 위한 줄이라는 걸. ‘드디어, 때가 됐구나!’ 나 역시 슬슬 걸어가 줄을 섰다. 그땐 이미 분수대를 한 번 휘감아 돌 정도로 줄이 길어져 있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이곳은, 맘껏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천국 뷔페가 아닌가! 그런데,      


주방장이 큰 들통을 들고 나와 1인 1개씩 나눠주던 대게가, 바로 내 앞에서 동이 나버리고 말았다. 뷔페에 와서 허탕을 치다니! 나는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아연실색해서 직원에게 물었다. “정말 이게 끝인가요?” 직원은 달래듯, 한 시간 후인 20시 정각에 한 번 더 배급이 있을 예정이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서,

“뷔페에 와서 애써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니 이게 웬 말이냐!”

“대게 스페셜 데이라고 해서 4천원이나 더 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이렇게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소란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다행히 엄마와 아빠는 대게 획득에 성공해서, 다리 몇 개를 맛볼 수 있었는데... ‘뷔페 대게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 라는 내 편견을 산산이 부서뜨리는 맛이었다. 제대로 찐, 야들야들하고 살이 통통한 대게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20시까지, 나는 분수대 주변을 주시하며 오징어먹물 파스타를, 스테이크를, 왕새우 버터구이를 담았다. 자리에 앉아서도 언제라도 엉덩이를 들 준비를 하고서 사람들의 동향을 살폈다. 누군가 빈 접시를 들고 분수대 근처를 지날 때면, 들고 있던 포크를 잽싸게 내려놓았다. 그러는 사이 점점 20시가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흡사 의자놀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언제 노래가 끝날 것인가. 과연 나는 의자를 사수할 수 있을 것인가!! 손바닥에 땀이 다 날 것 같았다.      


이윽고 5분 전. 3시 방향에 앉아 있던 청년 두 명이 빈 접시를 들고 분수대 근처로 가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순간, 나 역시 재빨리 움직였다. 게다가 그 두 명의 청년이 배식하는 곳 맞은편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경쟁자라고는 한 명도 없이) 맨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리하여 20시, 나는 갓 쪄낸 내 몫의 대게 한 마리를 접시 위에 영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체 나는 뷔페에 와서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음식을 사수해야 했던 걸까. 식사를 마친 후, 나는 고객카드에 그날의 유감에 대해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었다.


“뷔페에 와서 이렇게 초조해보기는 처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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