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희정 Jan 05. 2024

1월의 크리스마스

절대 치우지 않는 크리스마스트리

새해가 되었지만 카페에 크리스마스트리는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아마도 새해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한동안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게 카페 사장님의 게으름 탓이라 해도 모두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다. 진짜 새해는 구정부터라고 모두들 한 달의 유예기간을 두는 너그러움을 갖고 있으니까. 


올해 우리 집은 트리를 꺼내지 않았다. 트리를 세우고 오너먼트를 달고, 돌돌 말린 전구를 엉키지 않게 풀어 적당한 간격으로 나무를 감싸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다. 게다가 아차 하는 사이 12월이 시작되어 버렸다면 ‘그거 며칠 보려고….’라는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거 며칠 보려고 베란다 선반 위에 있는 저 기다란 박스를 꺼내서, 먼지를 털어야 한 단 말이지. 

그거 며칠 보려고 그 과정을 그대로 되감아 다시 저 위에 올려두어야 한단 말이지. 

그런 고민을 정확히 12월 23일까지 하다 그만두었다. 차라리 트리가 예쁜 카페를 자주 찾아다니기로 나와 타협했다.


겨울이 되면 카페들은 경쟁적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에 공을 들인다. 대형 트리가 있는 카페에서의 인생샷을 위해 부러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타이밍일 것이다. 덕분에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덩달아 신이 난다. 오밀조밀 귀여운 정식이 있는 계산대 앞에서 카트를 내밀고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다. 커피 한 잔 마시러 온 것뿐인데 어디 북유럽 별장에 온 듯 황홀한 곳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카메라를 꺼낼 수밖에 없는 웅장한 트리도 있다. 

12월은 그런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우리 동네에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트리를  치우지 않는 카페가 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아주 커다란 성인 키 정도의 트리다. 저 트리만 치워도 2인 테이블 하나는 더 놓을 수 있을 텐데 주변에 놓은 아마도 빈 상자일 게 뻔한 선물들과 함께 몇 해 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봄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여름에 그곳에 가면 어쩌면 이 사장님은 크리스마스에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게 아닐까 트리를 치울 수 없는 이유 같은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물론 365일 모든 빨간 날 중에 크리스마스를 가장 좋아하는 어른으로써 나는 한 여름의 트리가 있는 카페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