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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정 Jan 15. 2024

낯선 카페는 짧은 여행

사람 구경하기 좋은 홍대에서

오랜만에 홍대입구역에 내렸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홍대입구역 출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어릴 적에는 여기 참 자주 왔었지. 떡볶이 먹으러 오고, 프리마켓 구경하러 오고, 전시도 보고, 쇼핑도 하면서 어디 새로 생긴 카페 없나 찾아다니며 20대를 알차게 소비했다.

딱히 할 일은 없고 나가 놀고 싶을 때는 홍대가 제격이었다. 단골 미용실도 여기였고, 좋아하는 술집이나 책방카페도 다 여기에 있었다.


학생 딱지 떼고 나는 홍대에 이제 뭐 하러 오나 생각해 보니. 일이 있을 때만 온다. 미팅 장소가 여기거나, 사물실이 이 근방인 사람을 만나러 올 때만.

붐벼서, 너무 갈 곳이 많아서,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홍대와 멀어진 지 좀 오래되었다. 이제는 건너 복작거리고 익숙했던 홍대에서 벗어나 연남동 방향으로 걷는다. 사실 내가 아는 연남동도 이미 몇 해 전의 기억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한적한 곳이 좋은 나이가 되었다.


다섯 걸음에 하나씩 들어가 보고 싶은 카페들이 나온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카페를 좋아하는 것 만큼은 여전해서 괜찮은 카페가 눈에 띌 때마다 걸음걸음이 설렌다. 핸드폰을 들어 지도를 열어보니 역시나 좋은 평점의 카페들이 제법 있다. 다른 사람의 리뷰에 의지할 필요도 없이 좋은 카페를 찾는 안테나도 '여기 괜찮을 것 같다.' 신호를 주느라 바쁘다.


적당한 조도에 특색 있는 메뉴. 너무 좁아서 조용히 숨 쉬어야 할 것 같은 답답함도 아니오 너무 넓어서 길을 헤매게 생긴 대형 카페도 아니요. 괜찮은 카페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손님으로는 기쁘면서도 역시 서울에서 카페로 살아남기란 얼마나 치열한 전쟁일까 잠시 생각한다. 이런 용감한 사람들. 좋아하는 마음이 전장으로 내밀어 어쩔 수 없었던 거겠지.

 

새로운 곳에 가볼까 문 앞에서 주춤 한 카페가 몇 곳 있었지만 원래 가려고 했던 곳으로 향했다. 여기 2층에서 일하면 딱 좋을 것 같아 깃발을 꽂아 놓았었지. 식사 메뉴가 있어서 오래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아 언젠가 여기서 작업해야지 저장해 둔 곳이다.

아직 1월이라는 유예기간 때문인지 반짝이는 트리가 입구에 그대로다. 따뜻한 라테와 무화과 파운드케이크 하나를 시키고 잠시 고민. 2층 대신 1층의 넓은 테이블에 앉기를 선택했다.

 

여기는 카페 전체를 두리번거리기 최적인 위치. 이 카페에 가장 넓은 테이블은 마치 혼자 온 사람들을 위한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포근한 소파와 꼭 붙어 앉을 수 있게 나란히 붙어있는 자리는 두 사람씩 온 손님들의 몫. 혼자 온 사람에게는 가방을 놓아둘 공간 만으로 충분하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쓰다 자주 고개를 들어 사람 구경을 한다. 새로운 공간에 왔으니 내 일에만 집중하기보다 이곳의 무드를 충분히 즐기고 싶다. 어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어떤 메뉴를 많이 시키는지. 그들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잠시 그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을 채운다. 그럴 때는 새로운 카페에 가는 것이 마치 짧은 여행처럼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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