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국, 타임스퀘어
2017년 2월로 기억한다. 뉴욕 패션위크 취재를 위해 2주 정도 머물게 되었다. 추운 겨울에 뜨거운 라떼를 먹는 건 지구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오랜만에 찾은 뉴욕에서 제일 맛있다는 라떼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 당시엔 라떼에 한창 빠져 있었다. 여행을 가면 그 도시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카페는 모두 다녔을 정도였다.
2월의 뉴욕은 추웠고 높은 빌딩 사이를 가로 짓는 칼바람이 여기저기에서 불어왔다.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먹기에 참 좋은 아침 7시 정도가 된 어느 날이었다. 뉴욕에 사는 지인에게 소개받는 한 카페였다. 이 오빠의 취향이라면 믿고 가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았다. 카페 안은 밝고 쾌활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패션위크 기간에 온 덕분에 멋진 분들이 많아 덕분에 눈호강도 실컷 할 수 있었다.
‘라떼 한 잔을 멋지게 주문하고 저기 비어있는 유리 창가에 앉아 책을 30분 정도 보다가 패션위크 취재 현장으로 가면 되겠다!’라고 계획을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경쾌한 웃음을 한 직원 한 분이 주문을 받으러 오셨고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카페 안에 은은하게 피어나는 카페 향기가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맛있다고 소문이 난 라떼를 즐기고 갈 생각에 들떴다. ‘얼마나 맛있을까?’
내 영어이름이 호명이 되었다. 라떼가 가득 감긴 종이컵을 조심히 들고 서비스 테이블에 휴지를 가지러 갔다. 혹시 흘릴 것을 대비하여 휴지를 준비하러 간 것이었다. 그렇게 휴지와 라떼를 들고 자리에 가려는 순간, 컵이 손에서 주르륵하고 미끄러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바닥은 라떼 범벅이 되었다. 하얀 대리석 바닥이 라떼 색으로 그라데이션 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이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선 커피가 다른 사람에게 튄 곳은 없나 확인을 했다. 다행히 서비스 테이블이 주문을 받는 곳과 거리가 있었다. 커피는 나 혼자 뒤집어썼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까 라떼 주문을 받았던 직원이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Are you okay? Wow, latte party this morning! Do you wanna make new latte?” 하지만 나는 거절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커피를 쏟은 바닥을 치우기 위해 청소 용품을 달라고 했다. 그 직원은 이곳을 청소하는 직원이 할 거라며 놔두라고 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휴지를 꺼내어 커피 위에 덮어 보았다. 그래도 금방 흡수가 되었다.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이 되어갔다. 청소를 하는 직원이 쏟은 커피를 정리하러 왔다. 그리고 “Sorry”를 그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을 했는지… 그렇게 아쉽게 카페를 나왔다.
사실 아까 커피를 쏟은 그 이후 바로 매장을 도망쳐 나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직원은 ’Have a wonderful day!’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렇게 라떼는 한 모금도 못 먹어보고 매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날 청바지에 쏟은 라떼는 패션위크부터 뒤풀이 현장까지 함께 했다. 덕분에 커피 향이 하루 종일 따라다녔다. 커피를 안 마셔도 이상하게 배가 부른 하루로 기억을 한다. 아직도 이곳의 라떼가 무슨 맛일지 너무 궁금하다. 훗날 겨울에 뉴욕을 다시 찾게 된다면 꼭 다시 찾아가 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