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2)
#2. 새로운 사람들과
팀장이라는 역할을 맡은 지 어느덧 2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였다. 살면서 누군가의 눈치를 매우 안 보는 편인데 팀장이 되어 팀을 이끌어 나간 이후로 팀원들의 눈치를 계속 보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눈치를 곁들인 관찰이랄까. 눈치만 봤다면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이를 '나는 팀원들을 관찰한다'라는 생각으로 바꾸니 꽤나 이 일이 재밌어졌다. 이 친구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또 이 친구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등등. 평소에 사람이나 사물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 부분에서 흥미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팀원들을 파악해 보기 위해 1:1 미팅을 진행했다. 점심시간 이후 1시간 동안 오피스 1층에 있는 카페에서 미팅을 하는 시간이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 1시간 동안 이야기 한다는 것...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다. 7명의 태국 친구들과 태국어로, 1명의 대만 팀원과 영어로 각각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우선 공통적인 질문지를 만들고 같은 주제를 던졌다. 이후 받은 대답은 신기하게도 모두 다 달랐고 생각보다 재밌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다. 그동안 몰랐던 팀의 히스토리를 알게 되고 어떤 팀원들과 팀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지도 하나 둘 알게 되었다. 팀원들도 이 시간이 편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무튼 이 시간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이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알면서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몰랐는데 아는 것들이 생겨났다. 총 2달에 걸쳐 1:1 세션을 진행한 결과는 결국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끝날 무렵에는 나름의 요령이 생겨 더욱더 재밌게? 시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전체 팀원이 갖는 1:1 시간은 내년 2024년 1분기 정도에 다시 한번 진행해보려고 한다. 그땐 또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은, 그냥 비밀에 부쳤으면 좋았을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