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4)
#4-1. 2024년 인사이동 및 직급 이동 성과
오랜만에 글을 쓰는 이유는 슈퍼 비지 시즌을 지내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회사 전체(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한국 지사)의 인사이동과 조직 개편이 오늘, 4월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드디어 마무리가 되었다. 더불어 이 회사에서 디자인팀 리드로 일한 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되어 간다. 예전엔 시간이 일주일 단위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한 달 단위로 넘어가는 그런 기분이다. 어느 날 밤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무섭기까지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팀원들의 2024년 레벨을 모두 확정 지었다. 1년을 팀원들과 함께 겪어본 결과는 하루하루 다이내믹했다고 할 수 있다. 아쉽지만 팀을 떠난 친구도 있었고 여러 이슈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마음에 가장 걸렸던 것은 팀원들 중에서 저평가되어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팀 리드인 나는 인사이동 기간 동안에 이 친구들이 왜 더 높은 레벨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준비해서 대표님과 인사팀에 장문의 메일을 보내고 미팅을 이어 나가야만 해야 했다. ‘할 일도 많은데 뭐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렇게 해야 했다.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이고 그중에서도 제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게 팀이다. 장시간 이 친구들을 겪어보고 또 겪어가는 게 나이기 때문에 더욱더 리드가 발을 벗고 나서야 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기에.
디자인 팀원들의 국적은 태국, 대만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태국, 대만 친구들이 본인의 의견이나 원하는 바를 직선적으로 이야기를 못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빙빙 돌리고 돌려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사람은 그 의미를 되새김질하여 생각에 생각을 거치게 되는데 그럼 그제야 ‘아, 얘가 이거 원하는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쉽지 않다. 예전에 일본에서 일을 했었을 때에도 이런 부분에서 감정 소모가 심했다. 하지만 이때 호되게 훈련을 해와서 다행이다 싶지만 일본, 태국, 대만 모두 다 다른 결이라 또 새롭고 새롭다. 이건 시간이 있을 때 따로 정리해볼 예정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아마 그동안 팀의 몇 친구가 본인의 자격과 자질에 비해 낮은 직책을 맡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못 했던 것 같다. 끙끙 앓았겠지. 무튼 나는 잘못된 것을 보면 어떻게든 개선해야 하는 성향과 조곤조곤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성격으로 이번이다. 결국 총대를 메었다. 편하게 살면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는데 피곤하게 사는 성격이다.
결론적으로는 디자인팀의 직급 이동 제안 5건 중 4건이 성사가 되었고 비로소 친구들의 직급이 이제야 올바르게 책정이 되었다. 아쉽게도 한 친구가 드롭이 되어 반문을 해와서 속상했지만...
나의 경우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이 친구들을 애를 쓰고 직급을 올리고야 말았다. 역시 직급 변경이 발표가 난 뒤 이 친구들은 하루아침에 태도가 또 달라졌다. 뭔가 더 어른스러워졌다고나 할까.
내가 이렇게까지 팀원들의 직급을 쓰는 것은 바로 월급과 직결되어 있기도 하다. 월급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겐 생계를 꾸려가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아닐 수 있다. 태국은 계층과 계급이 존재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살아보니 점점 더 명확히 느끼게 된다. 따라서 집이 잘 살면 대대손손 정말 어마어마하게 잘 산다. 주위에서 이런 친구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회사에도 역시 존재한다. 이런 부유한 친구들은 뭐 알아서 잘 살겠지만 솔직히 이런 친구들보다는 아닌 친구들이 늘 신경 쓰였다. 따라서 팀원들의 2024년 레벨 확정 및 급여 인상 부분에 기를 쓰고 바로 잡으려 했던 부분이 있었다.
#4-2. 2024년 1분기 회사생활 요약 및 2분기 다짐
크고 작은 프로젝트의 론칭이 모두 5월 초로 예정이 되어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끝없는 피칭과 미팅의 결과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수주되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들이 론칭과 여러 국가로의 확장을 앞두고 있는데 모두 5월 초로 몰리게 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비지 시즌이 꼭 생기게 되기 마련이다. 그 시절들을 모두 겪고 나니 그것도 한 때인지라 이젠 뭐 그러려니. 이 또한 지나가리.... 한다. 실제로도 그렇고.
결론적으로는 큰(예산 규모가 역대급) 프로젝트가 동시에 론칭될 예정이다. 이젠 모든 프로젝트의 디폴트 국가가 3개국이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건은 10개국 이상이 넘어갈 것 같다. 해야 할 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해볼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정말 많이 배우는 중이다. 다양한 부서들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시간대가 모두 다 다른 국가들의 클라이언트, 개발자, 마케팅팀, 디자인팀, 번역팀, 운영 팀 등등. 라인, 구글, 슬랙 등 메신저가 쉼 없이 울리고 끝없는 미팅들. 매일매일 매분매분 정말 다이내믹하다.
또 회사라는 조직을 통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내는 것을 배우고 있다. 디자인은 마케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런 사이이고 늘 이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해왔고 또 해오고 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국가로의 확장'과 같이 '새로운'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으면 직장인 13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설렌다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 월요병을 겪어보지 않았던 이유도 월요일이 되면 또 어떤 '새로운' 일들이 펼쳐질지 알고 싶은 이유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본다. 아니면 나 자체가 새로운 것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은 것 일수도 있다. 일에 있어서는 아마 전자와 후자 모두 해당하는 것 같다.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삶이 그러하듯 회사 생활도 모든 날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어떤 날엔 '이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배울 것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팀장이 되어 보니 앞으로 이 회사에서 어떤 퀘스트를 깨야할지 눈에 보인다. 하지만 이 회사라는 세상은 또 정말 작은 우물이기에 늘 긴장의 끈을 놓칠 순 없다.
가끔 정말 정말 쉬고 싶은 아침이 오는데 그럴 땐 '오늘도 회사에 가서 경영수업을 받아야지'라는 또 다른 회로를 돌려본다. 이게 나의 미래 계획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아침마다 기도를 하며 집을 나선다. 오늘도 이 험난한 과정들을 잘 이끌어나갈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그 어디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귀한 프로젝트를 멋진 분들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태국에서 세계 곳곳에 닿으며 나의 일을 해나가는 중이다. 과연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오늘도 나는 나를 시험해 보며 또 실험해 보는 여정. 잘해보자 후회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