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6)
#6.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나의 경우엔 그동안 3명의 팀원을 보냈다. 처음으로 떠나보낸 팀원의 경우는 시니어 레벨급의 비디오 에디터였다. 퇴사 사유는 앞으로 좀 더 발전적인 프로젝트를 하고 싶고 프리랜서로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 이 정도의 경력이면 프리랜서로 일할 때가 오히려 더 많은 수입을 얻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의 퇴사를 말릴 수 없었다. 그리고 태국인의 임금 테이블은 한국에 비해 약 1/2으로 책정될 정도로 그 금액이 낮기 때문에 이 부분도 간과할 수 없었다(이건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태국 회사는 1/3 정도이다) 그렇게 떠난 그는 내가 태국에서 처음으로 일을 했던 모 콘텐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이 바닥이 워낙 좁아 역시 소문이 빠르다. 결론적으로는 이 친구가 커리어를 잘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그다음으로는 주니어 레벨급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일러스트 분야로 재능이 많아 본인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는 친구였고 결과물도 늘 좋은 팀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친구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었고 회사의 관습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늘 나는 이 친구가 본인의 브랜드를 잘 키워 프리랜서 작가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잘 지내오다가도 그는 종종 회사의 여러 규범들과 부딪히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이것은 퇴사로 이어졌다. 같은 빌딩에 있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어 오고 가고 자주 마주친다. 그래도 본인의 커리어를 잘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라 안심이 되면서도 어떻게 보면 더 엄격한 조직의 회사인데 그곳에서 잘 적응을 할지 조심스레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가장 최근에 퇴사를 한 주니어 레벨급의 비디오 에디터이다. 이 친구는 예전부터 퇴사를 하겠다고 몇 번 선언을 했던 친구이다. 특별히 경력과 성과 부분에서 뛰어난 부분이 없었지만 본인이 맡은 일은 어떻게든 잘 한 책임감 있는 친구였다. 이 친구가 다른 회사에 인터뷰를 보러 다닌다는 소문이 또다시 들려왔고 이젠 정말 떠나는구나라고 생각하던 때에 퇴사 소식을 알렸다.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는 하고 있었던 터라 덤덤히 이 친구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에이전시에서 비디오 에디터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그의 앞날 또한 응원한다.
결론적으로 이곳을 떠난 세 명의 친구들 모두 본인의 커리어를 잘 이어나가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만들어나가길 바라며 다시 한번 뜨겁게 안녕과 응원을 보내본다.
누군가 ‘왜 퇴사를 할 친구들을 잡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모두 다 다른 이유에서 퇴사를 했지만 퇴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굳이 잡고 싶지 않았다. 나 또한 디자인 업계에서 13년 동안 있었고 그동안 몇 번의 이직을 했다. 그러면서 회사를 떠나고를 반복했었다. 이미 회사에 대한 마음이 돌아섰다면 그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리고 퇴사의 경우 대개 그다음 회사로의 온보딩을 이미 정해 놓고 통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잡는다고 해결이 되질 않는다. 정말 몇몇의 친구들의 경우는 연봉을 올려주거나 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나도 첫 직장에서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연봉을 인상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4년을 꽉 채웠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렇게 팀원들을 보내고 나니 이젠 '팀장님, 할 이야기가 있는데 시간 있어요?'라는 말이 굉장히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약간 현기증 난다. 이런 요청을 들었을 때 그 의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말 할 이야기가 있는 경우(무언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때)와 퇴사통보에 대한 경우로 나누어지게 된다. 전자의 경우는 언제나 웰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영 반갑지가 않을 것 같다. 아직 팀장 2년 차라서 그럴까? 이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다.
결국 회사도 사회이고 또 인생 같아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남아있는 사람이 잘 남아있게 하는 것이 팀장으로서 내가 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겠지? 오늘은 어깨가 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