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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tree May 30. 2024

방콕의 새로운 시티 아이덴티(City Identity)

방콕의 새로운 시티 아이덴티티(City Identity)에 대한 발표

 어제 오전 방콕시에서 방콕의 새로운 시티 브랜딩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시티 아이덴티티는 '아이러브뉴욕(I LOVE NY)'과 같이 그 도시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말한다. 그 어떤 나라의 시티 아이덴티티와 브랜딩을 보아도 뉴욕시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따라갈 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뉴욕 시민들을 비롯한 전 세계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뉴욕에 갔을 때 도시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이 시티 브랜딩 로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리면서도 많이 부러웠다.


 그동안 서울의 시티 아이덴티티 및 브랜드 슬로건은 '아이서울유(I SEOUL YOU)'에서 '서울마이쏘울(SEOUL MY SOUL)'로 작년에 오랜만에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서울유의 경우는 한국에서 브랜딩 에이전시에서 일을 했을 때 그곳의 대표님이 기획을 하셨다. 그래서 모든 전 과정을 회사의 직원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서울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참여형 시티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시도였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옆에서 오고 가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프로젝트로 남아있다.

 이 당시 아직도 기억이 나는 부분이 있다면 아이서울유가 채택이 된 이후에 대표님이 굉장히 괴로워하셨던 모습이다. 아이서울유가 선정 이후 2주 사이에 거의 반쪽이 되셨다. 서울시 공식 사이트를 더불어 곳곳에는 아이서울유가 도대체 뭐냐, 아이유냐, 서울우유냐, 이게 도대체 무슨 문법이냐, 외국인이 보면 서울을 우습게 알겠다 등등의 비판과 야유를 겸비한 도에 지나친 피드백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고 모두가 예상했지만 큰 파장이 울렸던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모든 것엔 잡음이 생기는데 좋은 이야기보다는 쓴소리가 많기 마련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5년 당시에는 '브랜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한국의 디자인 씬에서 대중화로 올라갈 무렵이었다. 나는 2011년부터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을 했고 이때에는 브랜드 에이전시가 많지 않던 때라 각 회사의 디자이너끼리 서로 알고 지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4년 현재에는 한국의 많은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가 기업의 인하우스에 흡수가 되거나 디지털 마케팅 회사 등의 일부 팀으로 가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태국은 현재 어떠할까? 태국은 딱 내가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던 약 4-5년 차의 상황인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상황과 정황이 한국에서 경험했던 부분들과 매우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또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접하는 일반인(브랜드 디자인에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 기획자 등 제외)들의 반응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어제 방콕시에서 방콕의 새로운 시티 아이덴티티를 발표한 이후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각종 게시판에는 보라색 꽃 그래픽 모티브가 이상하다, 촌스럽다, 복잡하다, 왜 이걸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도시 브랜딩을 바꾼다고 우리의 삶이 달라지겠는가 등등외 역시 심한 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납득이 가는 말도 있고 대면했을 때 할 수 없을만한 수준의 댓글도 많다.  


방콕시의 새로운 폰트, 태국어의 특성 상 만드는 내내 엄청 고생했겠다는 생각 밖엔...
방콕 도시가 더 활기차게 보여질 것 같은 아름다운 그래픽 디자인
쓰레기통에 맵핑해놓은 모습 너무 귀엽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초록색은 인쇄 매체로 만들 때 굉장히 까다로운 색상 중 하나이다. 이를 잘 조절해야 할텐데...


 태국인들은 여전히 페이스북을 많이 활용한다. 모든 비즈니스가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리고 태국인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말장난을 좋아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대면으로는 못 하는 말들을 소셜 미디어의 힘을 빌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굉장히 선호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태국의 끄랭짜이 문화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살다 보니 이건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가끔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질리기도 하고 현기증도 나지만 뭐 어쩌하겠는가... 이런 부분은 이미 일본에서 지내면서 다테마에 문화를 겪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굳은살이 생겼다. 하지만 이 두 나라가 묘하게 많이 다른 차이가 있다. 이 이야기는 3일 밤을 새워도 끝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따로 섹션을 만들어 글을 써보려고 한다.


 무튼 이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것은 작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친구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쳤는지 알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이에 따라 또 누군가는 어제부터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이 안 봐도 선하다.

 나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하고 싶다. 디자인은 굉장히 주관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보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 다른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디자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 어떻게 프로세스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결과물 하나만 놓고 승부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정부와 관련된 디자인은 더욱더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비판을 하는 것은 모두의 자유이기 때문에 침해할 수 없는 권리이다. 하지만 비판에 앞서 이런 새로운 시도 자체를 받아들이고 응원하는 마음이 선행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너무 큰 바람이겠지? 나는 방콕의 새로운 도시 브랜딩과 태국의 이런 움직임을 많이 응원하고 앞으로도 더욱 응원할 것이다. 태국에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방콕 시민으로서 더욱더 발전하는 멋진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방콕 도시 브랜딩 관련 주요 기사

https://themodernist.in.th/corporate-identity-of-bangkok-by-farmgroup/?fbclid=IwZXh0bgNhZW0CMTAAAR3FNTM3-W2hTdLys4n6nz8jZ6ebjm9_Ragd6IVBqp6XZxiMlMlqRLpIT5E_aem_AYg9fBZV6roOk0WZdg3lZ8cWFBumjFZurhZtS8B7ckLMQlKKo-8FDehZFai4mjZsr7eljPikPe4OX17XBFNQlY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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