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29)
#29. 팀원들을 재조정하다
언젠가는 이 날이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2026년이 되고 CEO로부터 회사의 재정 상황이 안 좋다는 내용을 전달받았고 팀원들을 재조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사실 작년에도 팀원 축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당시엔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리소스가 배정되어 있었고 당장 인원 축소를 시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고 인원 재조정이 더 이상 불가피하게 되었다.
두 팀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매니저로서 굉장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1월이 되자마자 끊임없이 인사팀 매니저와 미팅을 하고 팀원들과 면담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팀원들과 같은 직원의 입장이기 때문에 회사의 여러 지시와 지침에 일정 부분 큰 물음표가 있다.
내가 이끌고 있는 팀원들은 태국, 대만, 베트남 국적이다. 이 세 나라의 노동법이 모두 다 다르고 세부사항도 굉장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은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 회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그 민낯을 정면에서 보고 나니 매일매일 굉장히 씁쓸하기만 하다. 더불어 대학교를 졸업한 주니어 레벨 신입들의 입지가 굉장히 좁아진 요즈음에 앞으로 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지 많은 의문이 생긴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을 했다. 정확히 2011년 3월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으니 올해 3월이면 15년이 된다. 갭이어 없이 약 15년 동안 회사라는 곳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동안 좋은 일도 많았고 좋지 않은 일도 종종 있었지만 크고 작은 것들이 모두 경험이 되어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회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때가 왔고 내일 당장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전혀 후회가 없는 시점이 왔다. 결국 회사라는 존재는 절대로 나를 지켜줄 수 없고 결국 내 자신이 나를 오롯이 지켜내야 한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제 나도 슬슬 괜찮은 이별을 준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