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by 무 식

고구마를 입에 한가득 욱여넣은 듯, 마음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

되는 건 아무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는 요즘이다. 동치미처럼 시원하게 고민거리를 씻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가진 꽉 막힌 이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다.

무가 오랜 시간 항아리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한 채로 기다렸다가 시간이 흐른 뒤, 동치미 되는 것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고 싶다. 그렇지만 뭐든 지 거저 먹는 게 없는 현실에 대하여 한숨만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신세를 탓하며, 어김없이 오늘도 뚜껑을 열고서 쨍한 햇살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한 순간에 맛있는 동치미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서서히 나는 동치미처럼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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