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악마

by 무 식

봄은 구수한 막걸리 한 주전자, 여름에는 시원한 짜배기, 가을은 가을 타보며 위스키 한잔, 겨울은 뜨끈한 온 사케. 마음이 힘들 땐 깡 소주 한 병, 일이 끝나고 스트레스받을 땐 얼음이 살짝 낀 생맥주 한잔, 특별한 날에는 와인 한잔들이 지나가면 악마가 따라온다.


비몽사몽 일어나서 부스스한 얼굴을 비비며 자책하며 페트병에 입을 물고 물 한 모금하며 고요한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어제 실수한 것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배터리가 없는 휴대폰을 보며 어제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언제 찍었을까 하는 사진, 두려운 통화기록 목록, 신나게 긁어댄 카드의 쓰라린 상처들, 차근차근 어제의 행실을 기억해 내기 시작한다. 아니 기억해야 한다.

대체 왜 그렇게 먹었을까 매일 하는 후회를 하며 해장할 거리를 찾아 방바닥을 기어서 다닌다.

술 마신 다음 날에는 찬장에는 왜 볶음면밖에 없을까..


가끔은 이 숙취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 왜냐면 바쁜 삶 속에 유일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긴다.

멍을 때리면 가끔 안 풀리는 일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떠올리기도 하고, 평소에 생각하던 고민거리도 단번에 해결하는 일도 생긴다. 속이 뒤집어지는 것 빼고는 말이다. 같은 후회 할 거를 알지만 멈출 수 없다.

내 뒤엔 항상 악마가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