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니야, 고맙다. - 빠니보틀과 노홍철
"그러니까 나랑 30년 넘은, 내 정말 친한 친구도 있고, 뭐 연예생활 하면서 굉장히 친해진 친구, 사업하다 친해진 친구 되게 많아. 얘네한테 이런 얘기를 했는데, 단 한 명도 실행한 사람이 없었어.
너랑 나랑은 몇 년 안 됐잖아. 안 지가. 그 2년-3년간에 그 어떤 것도 말한 것 중에 실행 안 한 게 없는 거야"
"맞아요 거의 다했죠"
어떤 아이디어에 꽂히면 누굴 만나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편이다.
같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다 보면 생각들이 정리되고도 했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체화되기도 했다.
그 동시에 아주 많은 말과 삶의 조각들을 여기저기에 던져두기만 했다.
돌아보면 던져 놓은 생각들을 회수하거나 지킬 의지는 약해서 결국 껄무새로 남았던 적도 많다.
그래서 빠니보틀과 노홍철의 대화를 듣고 든 첫 번째 마음은 안도이자 위로였다.
원 없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인생에도 흘러가버린 말들이 많았구나.
롤모델로 생각하는 노홍철의 삶에도 아쉬움은 있구나.
다음은 빠니보틀에 대한 또 하나의 발견.
이 사람은 마음을 고이 담아 챙겨두는 사람이구나.
누군가가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실현해 내는 사람이구나.
물론 노홍철이 세상에 던져온 모든 이야기들을 현실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노홍철이 가진 '여행'이라는 부분에서는 빠니보틀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사람이겠구나.
마음을 고이 담아 챙겨두는 사람.
누군가가 나에게 전하는 말을 놓치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 내려 노력하는 사람.
그 사람이 가진 삶 전체는 아닐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상대방이 가진 꿈을 그가 행복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
빠니보틀이 가진 삶과 관계의 방식이자, 이 마음이 어쩌면 빠니보틀이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이 나름의 결론을 마주하고도, 내가 사랑하는 두 크리에이터의 대화에 괜히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어쩌면 특별하지 않을 에필로그 같은 대화가 뭐가 그리 여운이 남았을까.
빠니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보다 노홍철이 부러운 마음이 더 컸다
빛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들이 가진 '사랑'의 방식이 궁금했던 이유도, 나도 그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그런데 빠니와 노홍철의 대화에선 노홍철이 너무 부러웠다.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보다 좋은 사람이 나에게 나타나길 바라는 욕심이 커져버린 건 내가 어느새 닳아버린 탓일까. 이제 사랑을 주기보다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어버린 탓일까. 근데 그게 나쁜 걸까. 애써 찾은 답 앞에서 더 큰 물음이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