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까지는 아직 몇 달 남았지만, 면접이나 논술을 보지 않는 딸의 고등학교 생활은 마침표를 찍은 듯하다. 그 시절의 사이에 있을 때는 엄청 길게 느껴졌는데, 다 지나고 보니 몇 년을 도둑맞은 것처럼 어렴풋하다. 학창시절을 통틀어 고등학교 2학년부터 다닌 1년반의 수학학원을 제외하고 오로지 본인의 노력으로 성장한 딸이 기특하고 멋지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수능을 맛보고, 100%를 준비하면 8~90%를 기대해야 하더라는 말을 남겼다. 120%를 준비해야 100%를 기대할 수 있겠다는 현실을 직접 느끼고 깨달았으니 좋은 경험이었다.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부모의 능력을 일치감치 깨닫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나의 자리를 지키는 것 뿐이었다.
엄마의 자리.
식사를 함께 하고, 넋두리를 들어주고, 힘들어 할 때는 위로해 주고, 때론 빈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엄마의 자리.
딸은 점점 더 성장해서 세상으로 나갈 것이니, 내가 해야할 일은 더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내가 해야할 것들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은 수많은 배움들 덕분에 나는 좀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