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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늘보 Apr 20. 2021

우리가 '오은영 매직'에 열광하는 이유


애엄마들의 대통령을 소개합니다.

육아 계의 BTS가 있다. ‘국민 육아 멘토’, ‘육아 계의 전설’ 바로 오은영 박사다. 이미 2006년부터 장장 12년 동안 진행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 덕분에 오은영 박사의 인지도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오은영 박사의 매력은 정신과 의사 같지 않은 의사스러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 보이는 눈빛과 아이들과 부모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흔히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습과 달리 우리 엄마 친구 같은,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박사님’ 보다는 ‘이모’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단지 ‘이미지’만으로 요즘 엄마들이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을 기다린다고 볼 수 없다. 아이를 낳고 가장 힘들었던 신생아 시절, 내 유일한 낙은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후 입욕제를 풀고 컵 한가득 냉수를 담아 목욕을 하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종일 아주 민감한 등센서를 지닌 아기를 안고 있어야 했는데, 하필 그 시절 내가 신봉하던 육아관은 ‘말 걸기 육아’였다. 눈 맞춤만 겨우 하는 아기에게 끊임없이 종알거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잠시도 오디오가 비지 않게 떠드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인간인 이상 현타가 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남편과의 대화조차 귀찮다. 혼자 조용히 들어앉아 물속에서 몸을 녹이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넷플릭스로 오은영 박사의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육아로 인한 시름을 잊기 위한 시간을 또 육아 공부로 채우다니. 그러나 공부보다는 나름 재미를 느끼며 그 프로그램을 봤던 거 같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뻔한 전개였음에도 솔루션을 듣다 보면 꼭 ‘범인은 바로 이 안에 있어!’ 하는 듯해 나름 희열과 짜릿함을 느낀다.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은 심플하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고, 아이의 시선에서 소통하는 것. 그렇다면 이와 같은 솔루션이 ‘요즘 육아’로 표현되는 이유가 뭘까? 나는 바로 ‘결핍’ 때문이라 생각한다. 먹고살기 바빴던 우리 부모님 세대는 대화와 공감이 부족했다. 내 기억 속의 가장 첫 장면은 네 살 무렵이다. 주택가였는데 주인집 대문 옆 쪽문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돌면 작은 철문의 집이 두세 곳 나오고, 그중 하나가 우리 집이었다. 마땅한 놀이터도 없어서 인근 공사장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정말 흑만 안 파먹었지 흑 속에서 돌멩이를 갖고 놀다가 저녁밥 먹을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늘 바빴고, 경제적 여유는 없었으며 한글과 숫자는 달력 뒷면에 크게 써서 벽에 붙여 놓고 오가며 눈으로 익히는 게 공부의 전부였다.


그랬던 시절에 공감이 무엇이고 아이의 시선이 무엇이며 소통이 대체 무엇이었을까. 가족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늘 열심을 다 했으나 마음 한쪽엔 채워지지 않은 애정과 위로받지 못한 아이가 있다. 오은영 박사는 바로 그 부분을 꺼낸다. 자녀의 문제 행동에 대한 부모의 잘못된 반응, 그리고 그 원인으로 미처 덜 자란 어른이 되어버린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세대의 밀레니얼들은 성인이 되며 많은 미디어와 교육을 통해 성장 환경의 결핍이 인간의 정신적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배워왔다. 그래서 오은영 박사가 찾아낸 문제의 원인과 솔루션은 내 안의 어린아이를 살펴 위로하고, 행여나 자녀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미리 예방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은 따듯하다.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지 않는 아이, 동생을 심하게 때리는 첫째 아이, 엄마에게 욕을 하는 아이- 심각하게 보이는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경쾌한 엄마가 돼라, 첫째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 아이의 마음을 읽어줘라- 같은 솔루션을 준다. 혹자는 ‘차라리 백일기도를 해라’, ‘부적을 써라’ 같은 솔루션이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솔루션 대로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이미 문제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나는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을 들으면 ‘힘 빼기의 기술’이란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주삿바늘 앞에 초연한 엉덩이처럼 힘을 빼면 삶은 더 경쾌하고 유연해진다.’

때때로 아이의 문제 행동을 주삿바늘로 생각하고, 좀 남사스럽지만 나를 엉덩이에 빗대어 보는 연습을 한다.


"자, 엉덩이에 힘 빼세요, 힘주면 더 아파요, 따끔~"

하며 부드럽지만 무감각하게 말하는 간호사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자, 엄마 힘 빼세요, 힘주면 애는 더 아파요, 엄마가 잠깐 따끔한 거 참으면 돼요~”


아기 엄마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와 이거 오은영 샘한테 물어보고 싶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사는 것도 수십 가지를 조율하고 맞추고 양보해야 하는데, 아이는 조금 먼 행성이 아닌 아예 다른 차원에서 온 생명체인데 오죽하겠는가. 그럴 때마다 램프요정 지니처럼 오은영 램프를 문질러 솔루션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내겐 그런 행운은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엄마인 나의 내면의 힘을 키우고, 아이를 대할 때의 힘은 더 빼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나의 육훈(育訓)으로 삼고 싶은 오은영 박사의 인터뷰 내용을 덧붙이고자 한다.


부모가 매 순간 너무 비장하면 아이는 편안히 배울 수가 없어요. 
육아는 긴 과정입니다.
나침반과 별이 그 자리에 있으면,
오늘 좀 헤매도 다시 제 길로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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