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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대생 무씨 Jul 24. 2020

척추측만증 의대생이 말하는
척추측만 교정 오해와 진실

[07/22] 척추측만증 환자 10년 차 의대생의 경험담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필자는 아직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의대생으로, 척추측만 환자로 살아온 10년간의 경험담을 담은 글입니다. 보다 정확한 의료 정보 전달을 위해 각각에 해당하는 논문 출처와 url을 담아놓았으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자애인데 예쁜 옷도 못 입고 어떡해요 선생님..."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반쯤 울먹이며 척추클리닉에서 한 말이었다. 나는 당시 20도가 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idiopathic scoliosis)을 진단받았다. 이후 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보정기 치료, 깔창, 물리치료, 교정치료, 요가, 수영, 필라테스 등 척추측만과 관련되어 수술을 제외한 모든 치료를 다 받은 것 같다. 이게 과연 효과가 있는가 싶었던 것들도 있었지만 자기 탓이라며 너무 속상해하는 엄마를 위해 두말하지 않고 다 받았던 기억이 난다. '척추측만'에 대해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완치를 한다, 큰 효과를 보았다는 둥 관련된 갖가지 광고성 글들이 난무한다. 특히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에게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그런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 심리를 악용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척추측만 환자로 내가 받았던 치료들의 효과와 이에 관련된 의학 논문을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척추측만증에 대한 7문 7 답>을 써보았다.


1. 애가 학교에서 X-ray를 찍고 와서 (구조적) 척추측만증이라는데 그게 뭔가요?

-질병으로 분류되는 구조적 측만증은 근육 문제와 상관없이 척추가 옆으로 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구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척추가 측만증이 생겼을 때 옆으로 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살짝 돌면서 꼬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서울 삼성병원)

척추측만증의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중에서 '옆으로 휜 것을 펴준다'는 식의 광고성 글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척추 측만은 단순히 옆으로 휜 것이 아니라 3차원적으로 척추를 구성하는 뼈들이 돌아가면서 꼬이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2. 척추측만증은 왜 생기는 건가요?

=> 특발성 척추측만증(90%)은 자세나 유전과 관계없이 원인 모르게 발생!

-특발성이란, 원인을 모를 때 붙이는 단어로 대부분의 척추측만증(85-90%)은 원인이 모르게 나타납니다. 선천성 측만증은 태어날 때부터 척추에 이상이 있는 것이고, 신경근육성은 뇌성마비나 소아마비와 같이 척추 근육에 일부 마비가 오면서 척추가 휘어진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 청소년기에 생기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자세와 일상생활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오해하고 있지만, 전혀 상관없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경우, 평소 바른 자세를 하지 않는 자녀들이 잘못된 습관에서 오는 질병으로 인식시켜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생활습관과 자세, 심지어는 골반이 틀어진 현상과도 전혀 상관없이 나타납니다. 자세불량에 의한 체위성 측만증은 기능적 측만증으로 종류가 다르며 대개 10도 이하로 나타나 특별한 치료 없이 호전됩니다. (출처: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 서울 삼성병원)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 특발성 측만증(Idiopathic scoliosis)으 로 분류한다. 전체 척추 측만증의 약 85%를 차지하며 척추 변형 이외의 다른 전신적인 문제가 없는 건강한 아이에서 발견된다 

(출처: 대한 척추외과 학회지 제6 권 제2 호 특발성 척추 측만증·이춘성)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특발성은 원인을 모르는 것이고 유전이 아니다. 쉽게 말해 자녀가 특발성 척추측만이라고 본인(부모님) 탓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전. 혀. 없다! 그리고 평소 자세가 안 좋아서 생기는 것도, 무거운 가방을 많이 매서 생긴 것도, 우유를 많이 안 먹어서 생긴 것도 아니니 그런 이유에서 스스로를 탓할 필요도 없다.


3. 척추측만이면 나중에 요통이나 허리디스크 생긴다? X

-아직 논란이 있으나 척추측만증과 요통 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즉, 척추측만증으로 인하여 정상인보다 허리가 더 아플 가능성은 없습니다. 참고로 허리가 휘지 않은 사람들에서도 요통은 80%에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척추측만증이 있다고 하여 키의 성장에 지장이 있지 않습니다. 척추측만증과 키의 성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척추측만증이 있으면 허리가 옆으로 휘어져 있기 때문에 키가 작아 보이는 것이지, 키의 성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출처: 대한 정형외과학회)

-측만증과 디스크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병입니다. 측만증을 방치하면 디스크로 발전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


4. 척추측만이면 치료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대부분 보존적 치료(운동/교정기), 심하면 수술 고려

대부분의 경우(90% 정도)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척추측만증의 90% 정도는 휘어진 정도가 경미하거나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출처: 대한 정형외과학회)


“운동치료”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운동으로 휘어진 척추를 바로 잡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척추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측만증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닙니다.
“전기 자극(electrical stimulation) 치료” 방법은 만곡의 볼록한 쪽에서 전기자극을 주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결국 척추가 펴진다는 것입니다. 측만증 연구학회(SRS)도 한때 전기자극 치료를 인정하였으나 오랜 시도와 연구 끝에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는 효과가 없다고 입증되어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깔창 치료” 역시 검증된 치료법은 아닙니다.

“한약”을 1-2년 이상 복용했던 사례들도 있습니다. 한약을 먹는다고 휘어진 척추가 곧아진다는 것 또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입니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


1) 척추가 20도 이하로 휘어진 경우: 경과 관찰만 합니다.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고, 6개월 또는 1년 간격으로 X-ray만 찍어서 더 나빠지지 않았는지 확인만 합니다.


2) 척추가 20-40도 정도 휘어진 경우: 보조기를 착용합니다.

보조기는 성장이 끝나는 15-16세 정도까지만 착용합니다. 척추가 휘어진 것을 수술하지 않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하는 입증된 유일한 방법은 보조기 치료입니다.


3) 척추가 40-50도 정도 휘어진 경우: 몸의 성장의 정도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몸의 성장이 한창인 경우에는 수술을 해줍니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 경우(15-16세 이상)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4) 척추가 50도 이상 휘어진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허리가 50도 이상 휘어진 경우에는 성장이 끝나고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허리가 휠 수 있기 때문에 수술로 휘어진 척추를 교정해 주어야 합니다.


- 수술은 첫째, 만곡이 매우 심하여(30도 이상) 외관상 기형이 심각하고, 보존적 치료로 교정이 안 되거나 교정을 했어도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 둘째, 성장기의 아동에게 보존적 치료를 했지만 만곡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 셋째, 성인에 있어서 특히 요부 만곡으로 체간의 불균형이 심하거나 이차적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 시행합니다. 수술방법은 다양한 금속 내 고정 물로 만곡을 최대한 교정한 후 척추 융합술로서 교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수술 후에는 수년 동안 경과 관찰을 받아야 하며 만약 얻어진 교정각이 소실되거나 변형이 증가하면 재수술하여 이를 교정합니다. (출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가장 관심이 많을 부분인 치료에 대해서는 다양한 자료를 가져왔는데, 정리해보면 심하지 않으면 경과 관찰을 하면 되고 성장기가 지나면 계속 악화되지 않는다. 수술은 부작용이 있으므로 매우 심한 경우에 고려한다. 수술 외에 척추측만증의 악화를 막는데 입증된 유일한 방법은 성장기 보조기 치료이다.
***검증되지 않은(근거 없는) 치료: 운동치료, 깔창 치료, 전기자극 치료, 한약


5. 척추측만인데 운동을 하면 좋아질까요? 아. 니. 요

- 측만증을 위한 체조나 카이로프랙틱이 측만증 호전시키거나 악화를 막아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미국 카이로프랙틱 대학의 2001년 연구 보고에 따르면 측만각에 대하여서는 효과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체조, 스포츠 활동은 몸 전체의 성장을 도와주고, 유연성을 길려 주므로 측만증 환자에게서 권장되고 있습니다. 척추교정 요법으로 척추측만증은 교정되지 않습니다. 휘어져 자란 식물의 줄기를 댕겨서 며칠 동안 펴놓아도 나중에는 원래의 휘어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척추는 식물의 줄기보다도 수백 배 튼튼하고 두꺼운 기관으로 허리를 억지로 교정한다고 허리가 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카이로 프랙틱 대학에서도 교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 척추측만증 클리닉)

-인터넷에서 나오는 교정방법들은 정식적으로 인정된 방법이 아니며, 그 효과도 입증된 바가 없습니다. 척추는 10도, 20도 휘었다고 해서 증상이 전혀 없고,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일반인들과 똑같이 운동하고 활동하시는 것을 권유합니다. 인터넷의 정보를 믿고 교정하기 위해 헛된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출처: 삼성서울병원)

즉, 운동을 했을 때의 효과는 일반인에서와 똑같다. 척추측만의 자연경과를 바꾸고자 하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해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지나가면서 운동 광고로 척추측만증 환자 사진을 before&after로 비교해 놓은 확연히 차이 나는 사진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효과는 일시적인 것이다.  나도 요가, 필라테스 등을 10년간 하면서 저런 비포 애프터 사진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X-ray상 만곡은 그대로이며 대신 유연성을 기르는데 큰 도움은 되었다... 어쨌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척추측만에 도움될 줄 알고 운동을 했다고 해서 억울할 이유는 없지만, 척추측만에 입증된 효과가 있다는 과대광고로 높은 금액을 요구하거나, 환자와 보호자에게 헛된 기대를 심어주지 않기를 바란다...


6. 척추측만이라서 격렬한 운동을 못한다? 수술받은 거 아니면 큰 제한 없음.

-일반적으로 청소년기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증상을 유발하지 않고, 신체활동을 제한하지도 않습니다. 의사가 추적관찰 중인 경도의 척추측만증 환자는 모든 신체활동이 부상의 위험 없이 행해질 수 있습니다. 보조기 치료 중인 환자의 경우에서는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모든 신체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의사가 어떤 활동이 가능한지 설명할 것입니다.

(출처: 측만증 연구학회(Scoliosis Research Society ; SRS


-“Walking, running, and lifting are great as long as the patient’s discs are reasonably healthy,” Dr. Kolavo said. “We want the patient to stay flexible and mobile and that means strengthening the trunk and abdominal muscles. (출처: Mamalifts)


-Focus on exercises that stretch your back muscles instead of compressing them.

Here are some weightlifting exercises you may wish to try if you have scoliosis:  

Pull-down cable exercises

Rowing

Seated exercises

Stretching and strengthening the muscles on the concave side of your spinal curve can gradually help to improve mobility and reduce pain. That's because the muscles on the convex side usually do most of the work for you back - these are muscles that have been trying to keep your back upright since you developed scoliosis.

(출처: scoliosis SOS clinic)

사실 나도 척추측만을 핑계로 PT를 받거나 크로스핏을 할 때(-진짜 온갖 운동을 다했군...) 웨이트를 드는데 제한이 걸린다고 생각했다. 국내/해외 자료에서도 일관되게 제한이 없다고 나와있다. 웨이트를 하고 싶다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부상으로 인한 디스크만 주의하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면 된다.

척추측만 환자의 웨이트와 관련해서는 해외 연구 자료가 훨씬 더 방대하고 자세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위의 내용을 번역/요약하자면, 척추측만에는 등근육 강화하는 운동이 도움이 되는데 이를 압박하는 것보다 스트레칭하는 운동이 도움이 되며 Convex 한 쪽(그림의 날개뼈가 불룩하고 어깨가 올라간 쪽)이 척추측만 환자에서 많이 쓰이는 근육이며 반대쪽의 concave 한 부분은 위축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그쪽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더 도움이 된다.


7.  척추측만증 환자로서 하고 싶은 말? 사는데 큰 지장 없었다!

아마 이 까지 글을 정독한 사람이라면 우리 엄마의 걱정으로 시작했던 온갖 치료들이 보정기를 제외하고는 다 척추측만에는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느꼈을 것 같다. 수술을 생각할 정도의 심한 만곡에 해당하는 1~2%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이제 엄마가 한 말을 이 글의 첫 문장으로 선택했는지가 밝혀진다. 예쁜 옷을 못 입는 건 아니지만 입었을 때 자세히 보면(*이때의 자세히는 그 예쁜 옷을 입은 채 두 팔을 발끝으로 닿게 허리를 숙이는 자세를 취해서 보는 흔치 않은 경우를 말한다) 한쪽 어깨가 튀어나와 보이는 미관상의 불편함 외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상한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청소년기라면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의 관심을 기울이며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일반적인 일상생활을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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