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사례 간접 경험 - 타겟 설정의 오류
프로덕트 디자이너였을 때 수행한 서비스 기획 과정의 레슨런을 공유합니다. 아래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피쳐 단위 서비스를 기획하는 초기 과정
기획 과정에 서베이와 인터뷰는 어떤 타이밍에 진행되는가?
기획이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
오일나우는 모빌리티 즉 '이동수단'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유할 수 있도록 주유소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고객에게 휘발유, 경유, 고급유, LPG 이 4가지 유가 항목을 제공하였고, 등유는 보통 난방 용도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정보 제공의 대상 항목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오일나우 서비스 릴리즈 이후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등유 가격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팀원들도 모두 이런 고객의 요청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등유를 정확히 어떤 상황에 원하는지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팀 내에서 캠핑할 때 등유를 사용하니 캠핑과 연관 지어서 등유에 대한 정보를 파일럿 형태로 제공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괜찮은 방향성이라고 생각되어, 바로 확인하기 위해 가설을 하나 세웠습니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등유 주유소를 찾는 과정에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다.
최초 가설을 정의하고 나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 기획자는 '이 문제가 유효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근거'를 찾아야 합니다. 근거를 가지고 팀원들에게 공유해야 실제로 고객이 이런 문제를 느끼고 있고, 우리 팀이 해결할 수 있다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되지 않으면, 추후 해결 방안까지 가는 과정에서 의견 불일치가 빈번하게 일어나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고객의 문제가 명확하지 않을 땐 문제의 범위를 좁히고, 타겟을 정확히 짚어서 모두가 문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실제로 어떤 불편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캠핑을 좋아하는 분들을 찾아 인터뷰를 잡았습니다. 5명의 인터뷰이와 20분 정도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주요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겨울캠핑을 월 몇 회 정도 가시나요?
겨울캠핑에서 난방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계신가요?
등유를 사용하신다면 구매는 어디서 하시나요?
등유를 구매하시는 곳을 어떻게 찾으시나요?
등유 가격은 어느 정도에 구매하시나요?
실제로 인터뷰 결과, 네비게이션 및 지도 앱을 이용해 캠핑장에서 가까운 주유소 위주로 전화를 한다고 하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등유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받은 경험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해당 인싸이트를 기반으로 명확하게 문제를 정의합니다.
겨울 캠핑을 다니는 사람들은 캠핑장 주변에서 등유 판매 주유소를 찾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위치 조건이 추가되어 문제 정의가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이제 이 문제의 크기와 깊이를 확인할 차례입니다. 캠퍼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수의 응답을 짧은 기간에 얻을 수 있는 서베이를 활용해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서베이의 주요 목적은 정말 우리가 정의한 문제점을 느끼는 캠퍼들이 얼마 나되는 가?이고, 부차적으로 겨울캠핑에 대한 다양한 인싸이트를 얻는 것에 있어요. 빠르게 설문을 작성해 캠핑 관련 커뮤니티에 공유했습니다. 질문 내용은 인터뷰 설문을 진행했던 스크립트를 조금 보완해서 사용했습니다.
*혹시 인터뷰에서 특별한 인싸이트나 결과 값이 나오지 않는다면, 인터뷰를 더 진행해 볼 수는 있어요. 다만 계속해서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가설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확증편향을 가지고 과도한 리소스를 인터뷰에 사용할 수 있어요.
설문 결과 겨울 캠핑을 경험한 사람들의 50%는 등유를 찾을 때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성을 담아 가설을 다시 세웁니다.
겨울 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캠핑장 주변의 등유 주유소를 쉽게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이다음에는 해당 목표 가설을 바탕으로 정량적 수치를 포함한 성공 지표와 가드레일 지표등을 설정하여 기획을 진행합니다. 이때 작성한 지표의 기준은 현재 제품에서 목표하고 있는 KPI에 따라 전환율, 리텐션, 사용자 수등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추후 실제 기능이 릴리즈 되면, 작성한 수치를 기준으로 기획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지표 설정의 예시
- 캠핑장 검색 유입 대비 등유 주유소 길 찾기 전환율 00% 달성
- DAU 대비 캠핑장 검색 버튼 클릭률 00% 달성
- 캠핑장 검색을 경험하지 못한 유저의 리텐션 대비 캠핑장 검색을 이용한 유저의 리텐션 00% 상승
가설에 따라, 목적지인 캠핑장을 검색하면 해당 위치 근처의 등유 판매 주유소의 위치와 가격을 제공해 주는 플로우를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바텀시트를 통해 가격 순으로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리서치가 끝나고 최종 가설과 시라리오 화면 구성이 나오기까지 하루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팀원들과 해당 기획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들이 생겼고, 그에 따라 임팩트가 크지 않을 것을 판단되어 우선순위가 낮아졌습니다. 가장 큰 의문점은 등유 판매 주유소를 물어보는 CS 중 일부에는 특정 지역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지역이 대부분 서울이었습니다. 고객이 정말 캠핑 때문에 등유 판매처를 물어보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고, 추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캠핑보다 공장, 교회 같은 대형 건물의 등유 난로를 사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타겟 - 문제정의 - 가설 구체화의 과정은 자연스러웠지만 최초 ‘타겟’을 잘못 짚었습니다.
캠핑 경험과 등유 구매자를 묶어 휴리스틱하게 가설을 세우기 이전에, 기존에 등유 정보 제공을 요청했던 유저들의 등유 사용 목적을 명확히 확인했어야 합니다.
등유 정보를 요청하는 목적을 정확히 정의하지 않고, 일상 경험에 의존하여 ‘캠핑’이라는 카테고리에 유저의 요구사항을 연결 지어 타겟을 ‘캠퍼’로 규정해 버렸고, 그 집단 안에서 리서치가 진행되었습니다.
추후 고객과 주유소 사장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등유를 찾는 손님의 대부분이 ‘등유 난로’를 사용하기 위함은 맞지만, 그 사용처가 캠핑장이 아니라 공장, 교회 같은 건물인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기존 VoC 집단을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고, 직접 리서치가 진행되었다면 '캠퍼'를 대상으로 기획이 진행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돌아보면 '고객의 문제 정의 또는 니즈 파악'이란 중요한 테스크에서 '고객' 보다 니즈와 문제에 집중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실패 이후로는 문제 정의 후에, 그 문제를 겪는 세그먼트가 명확한지 한번 더 살펴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