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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 Apr 28. 2017

덴마크 디자이너 되기 01

2년간의 덴마크 디자이너 취업기, 그리고 퇴사기

제목을 뭐라고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2014년 가을에 덴마크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에버노트 이름을 따왔다. "덴마크 디자이너 되기". 거창한 목표만 있었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고, 현실의 벽이 높게만 느껴졌었다. 될거라는 확신보다는 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이 더 컸다. 그래도 그 목표를 바라보며 마주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고, 밤마다 꼭 나를 뽑았으면 좋겠다고 마음졸이며 겨우 잠에 들던 때가 있었고, 그렇게 기적적으로 덴마크 온지 두 달만에 취업을 했다.


그 때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용기를 주고자,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실은 그런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퇴사를 한 지금에서야 취업기(+보너스로 퇴사기까지)를 쓰게된다. 



01. 나와 덴마크

왜 유럽도 아닌, 북유럽도 아닌, 덴마크였는지를 설명하자면 2011년 대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 시절로 돌아가야한다. 디자인과에 입학해서, 한창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때였다. 워낙에 이것저것 흥미로워하고 직접 해보는 성격인데, 마침 우리학교가 어떤 외국 비영리단체와 함께 여름학교를 연다는 공고를 봤다. 프로젝트를 같이 해야 하는데 신입생이라 아무것도 할 줄 몰랐고,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데 영어도 잘 못했다. 


그래도 무작정 신청했고, 한 달 동안 수업을 듣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디자인이 겉모습만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것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고 감명에 젖어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 단체에서 여름학교 수강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한다기에 (여전히 할 줄 아는 건 없었고 영어도 못했지만) 무작정 지원을 했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실력도 좋고, 영어도 잘했던 다른 지원자들이 있어서 그냥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지원했다. 그리고 말도 안되게, 내가 뽑혔다.


내가 지원한 기간은 마지막 기간으로, 여름학교 후 근 2년간의 시간이 흘러 2013년 3월, 이제는 뭔가 조금 할 줄 알고, 영어도 의사소통 정도는 되는 수준으로 덴마크에 왔다. 일이 이렇게 재밌고 신나고 자유로워도 되는건가 싶을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고, 한국에서는 한번도 가져본 적 없던 여유롭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6개월의 시간이 흘러, 학교에 돌아갔고, 또 다시 전처럼 정신없는 삶을 살았다.


그 때 살던집에 있던 프레임들. 종이를 오려서 저런 쓸 데 없는 것까지 만들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가만히 서서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
지금도 좋아하는 덴마크 싱어송라이터의 공연. 비좁은 레코드 가게에 옹기종기 모여서서 한 가수의 노래를 듣던게 참 좋았다.


02.  덴마크에서 일을 해보기로 결심하다.

2014년, 졸업이 다가왔을 때 덴마크에서 일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시간이 흘러 그동안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학교, 회사를 다니면서 만든 어느정도 보여줄 작업물은 있었지만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고, 영어도 무리없이 의사소통할 정도는 되었지만 일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물론, 덴마크어는 하나도 못했다.


그래서 Full-time position(정직원)이 되면 참 좋겠지만, 인턴십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11월부터 바쁜 학교, 직장 생활에도 틈틈히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지원을 해보기 시작했다. 스카이프 면접은 한군데 봤지만 보기좋게 떨어지고, 아무것도 없고 불확실과 불안감만 가득한 상태로 2015년 3월, 덴마크로 가는 편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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