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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 Apr 08. 2017

밀라노디자인위크, 개인적 취향의 기록

흥미로운 브랜드, 디자이너 그리고 프로젝트

밀라노 디자인 위크

가구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궁금해서, 그리고 시간도 있어서 덜컥 오기로 결정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디자인 행사라고는 익히 들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사전 준비라고는 비행기표와 숙소만 해놓고 별다른 계획과 정보없이 왔는데 박람회 규모도 굉장하지만, 밀라노 전역에 있는 각종 전시, 행사의 수(약 450개)에 첫날부터 기가 빠졌다. 이틀 열심히 걸어다니면서 구경하니, 본 것이 너무 많아 소화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기록을 남겨본다.


개인적 취향의 기록

정말 아름답고 잘 만들어 진것들에게 한 번, 그리고 이런 구시대적인/요상한/못생긴/지루한 것을 만들면서 아직도 살아남은 회사가 있단 말이야? 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에게 한 번. 극단적으로 놀랐다. 하지만 취향이란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다양함의 아름다움을 알기에 개인적 취향이라고 칭한다. 분명 내가 흥미롭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구시대적인/요상한/못생긴/지루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테니.


1. 

공간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공간은 편안함을 주기도 하고, 어떤 공간은 불안하게 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준다. 


Sé의 전시 공간,  Sé Ensemble는 아주 차분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은은한 조명과 짙은 채도의 벨벳 커튼, 그리고 아름다우면서 편한 가구들. 배경에 깔린 음악과 공기중에 떠있는 은은한 좋은 향.


사진에는 그 분위기를 담을 수 없었지만 다시봐도 정말 아름답다.



http://se-collections.com/
Instagram @se_collections

전시 정보
Sé Ensemble
4-9 April
Galleria Rossana Orlandi
Via Matteo Bandello 16 (entrance 30m from main entrance)
20123 Milano
Open 9am-8pm daily




2. 우리를 살아움직이게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식당

The Art of Good Food. Vital.

땅, 산소, 물, 햇빛.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네 가지 요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얼마나 맛있는지를 생각하지, 그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의식하며 먹진 않을것이다. 전시의 일부로 한 Food designer가 만든 이 식당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상기시켜주기 위한 메뉴를 고안했다. 이 메뉴를 시키면 땅, 산소, 물, 햇빛으로 구성된 네가지 코너에 가서 먹고싶은 것을 골라올 수 있다. '땅' 코너에서는 밀라노에서 재배된 버섯과 퀴노아, 쌀이 준비되어있고, '물' 코너에서는 식품에 포함된 수분 함량에 따라 0%에서 80%까지 원하는 걸 골라올 수 있다. (나는 0%인 올리브오일로 드레싱을, 25%의 해바라기씨 크래커, 70%정도의 래디시를 골랐다) 산소는 처음보는, 하지만 건강에는 아주 좋은 허브들이 대변하고, '해'는 디저트 코너로, 100% 과일과 햇빛만 이용해서 만든 달달한 디저트와 에너지 드링크가 있었다.

내가 골라온 것들
땅 코너의 버섯. 버섯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볼 수 있다.
딸기를 햇빛에 놔두면 저렇게 된다고 한다. 과연? 꽤나 맛있어서 날좋을때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ini Living - Breath 전시의 일부. 이름은 모르겠다.
주소: Via Tortona 32
4월 9일까지


3. 중국의 넘쳐나는 건축 쓰레기를 재사용하는 브랜드, Bentu

패턴이 아름다워서 발걸음을 멈췄는데, 친절하게 중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중국인 아니라니까 화들짝 놀라서 민망했지만, 아름다울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도 하는 디자인이라니. 


중국의 포산은 중국 전체 건축용 세라믹 생산의 1/8을 담당하는 거대한 세라믹 공장 도시다. 하지만 동시에 매년 400만 톤의 세라믹 쓰레기가 나오는데, 그중 대부분은 어느 먼 지역의 호수나 어딘가에 불법으로 매립된다고 한다. Bentu는 그 쓰레기를 부수고 섞어서 재탄생시킨 재료로 일상의 물건을 만든다.


박람회의 수백개의 비슷비슷한 가구를 보면서, 기존에 존재하는것에서 조금 다르게 만드는게 어떤 의미일까? 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이 브랜드가 기억에 남는다.


(이건 직접찍은 사진이 없어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으로 대체)

출처: http://www.bentudesign.com/views.asp?b_classid=99&yid=136
더 많은 제품 사진은 http://www.bentudesign.com/index.asp
Bentu
Salone del Mobile
SaloneSatellite에 위치한 부스. 
4월 9일까지 cargo 5 게이트로 무료입장 가능.
개장시간: 아침 9시 반-오후 6시 반


4. Airbnb가 큐레이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집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린 바로 그 집에 Airbnb가 큐레이팅한 작가들의 전시


내부 사진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dezeen.com/2017/04/06/passeggiata-an-airbnb-experience-of-milan-casa-degli-atellani-martina-mondadori-milan-design-week-2017/

내가 찍은 사진들은 나에게 흥미로웠던 것들.

1. 고풍스러운 책장에 놓인 형형색색의 플라스틱통

2.3. 작업방식을 엿볼수있는 작가의 테이블

4.5. 실용적이면서 좋은 퀄리티 + 아름다운 디자인의 기내용 트롤리를 만드는 Horizn Studios의 전시. 10명의 아티스트에게 여행갈때 꼭 가져갈 다섯가지 소지품을 고르라고 했다. 그중 재밌었던건 Pholippe Malouin의 선택: 펜, 스케치북, 칫솔, 속옷, 이쑤시개.


Passeggiata, 4월 9일까지


5. 요즘 미니멀리스트가 되려고 발버둥치는 내 뒷통수를 한대 친 전시, Corian Cabana Club: Exploring the World of Maximalism

다들 미니멀리즘, 스칸디나비안을 외칠때 '맥시멀리즘의 세계를 탐구하기'라는 부제목은 아주 신선했다. 외관부터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궁금해서 들어가봤는데, 아주 유쾌했다.


눈이 쉴공간을 한치도 주지 않고 물건과 패턴으로 꽉꽉 채운 이 공간. 이 좁은 공간에 쓰인 패턴만 어림잡아 15개는 되는것같은데, 나름 매력있다.
제일 인기 많았던 이 공간. 크기도 패턴도 다른 매트리스를 겹겹이 쌓아 올리고 발디딜틈도 없이 장식으로 가득채웠다. 선반은 떨어질기세. 이정도면 농담따먹기 하는건가? 한참을 고민했다


6.그 외에 좋았던 것들

Future of Sausage. ECAL 마스터 프로젝트 by Carolien Niebling / carolienniebling.com / thefuturesausage.com
French Design 전시의 벽화. 카스텔바작에게 영감을 받은 그림스타일
But Not For Me by WD (Yusuke Watanabe). www.wdtokyo.com / www.lytokyo.com / @wdtokyousk 
조형물이면서 조명. 조명은 기능이 특정한 형태를 요구하지 않아서 정말 다양한 모양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식물로 둘러쌓인 사무실 공간
쉬고싶은 공간
now! by hulsta
Mani의 핸드메이드 세라믹. www.manimadeinitaly.com


#TheDesignExperience #ArchiProductsMilano 의 벽에 그려진 그림



정리해도 이렇게나 많은데 앞으로 이틀이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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