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일

수필

by 망둥이

뭐가 됐던 할 때 즐거우면 그걸로 충분한 일이 있다. 대부분은 생각만 해도 나를 설레게 하는 종류의 것들이다. 두 살 배기 아이를 키우면서 또 한 번 느낀다. 내가 봤을 땐 상당히 지겨워 보이는 일에도 이 아이는 나름의 공식과 규칙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있는 힘껏 누린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일방적인 순수함이다. 이 아이는 스스로를 위하는 이기적인 순간의 즐거움을 영위하고 있다.


좋게 얘기하면 예의 바르게 손질된, 나쁘게 얘기하면 쓸데없이 눈치를 보게 된 나의 태도를 돌아본다. 즐거움은 배려를 위해 희생되었다. 밀도 높은 공간에서 어떻게든 숨 쉬려고 여유 공간을 확보시키는 안타까운 노력이 돋보인다.


회사 점심시간에 도시락 까먹으면서 사람들과 얘기한다. 보통 주제는 요즘 뭐 보는지. 누가 하나를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알고 있거나 이미 본 것이라 말한다. 매일 비슷한 질문이 나오고 매일 같은 형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뭐가 재밌고 뭐가 재미없고. 이것을 봤고 이것을 볼 예정이고. 결국은 다 비슷한 얘기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고 무엇이 그렇게 재미없었을까.



매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만 일어나면 좋겠지만 어른의 삶에선 그럴 수 없는 일종의 법칙 같은 게 있다. 매일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간다. 해내지 못하면 우리 가정은 문제가 생긴다. 아마 생길 거다. 매일 해내야만 하는 일들을 해내지 않은 적이 없어서 사실 잘 모르겠다. 가정이 생기면 어떨지 대강은 생각해 봤지만 실질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힘든 것들이 있었어서 나중에 겪을 일들에 대해서는 막연한 상상만 있었다. 누가 얘기하면 귀담아듣지를 않았다.


딸아이는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저번 달에는 할 수 없었던 바로 그 표현을 오늘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구현한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아이는 부모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표현하고 함부로 행동한다. 이것저것 그냥 되는대로 시도해 보는 것이다. 나에게는 지겨운 일이 아이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즐거움인 동시에 분노파티 행 직행열차이기도 하다. 즐겁고 괴롭다. 그렇지만 즐거움이 약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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